수없이 잃어버림과 되찾음의 반복
며칠 전 일이 생겨서 가까운 거리지만 동네 마을버스를 탔다. 붉게 물든 가로수들이 창밖으로 흘러가고, 버스 안은 하루의 한낮 사람들의 분주한 숨결로 가득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청년은 한참 동안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얼마 안 가서 대형 학원 앞에서 내렸다. 문이 닫히고 버스가 다시 움직이자, 그의 자리에 남겨진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왔다. 양쪽으로 여는 커다란 신형 스마트폰이었다.
잠시 망설였다. 어떻게 하지? 하지만 세상은 너무 빠르고, 때로는 너무 예민해져 있다. 괜히 오해라도 받을까 싶어 손을 대지 않고, 대신 운전기사에게 조심스레 전했다. "방금 내린 사람이 휴대폰을 두고 내렸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멈추고 나는 버스에서 내렸다. 늦가을 찬 바람이 얼굴에 닿았고, 잠시 그 청년이 흘리고 간 물건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았다.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몇 해 전 택시를 타고 내릴 때 휴대전화를 놓고 내린 적이 있었다. 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다음 날 택시기사와 연락이 닿았고, 내 손에 다시 돌아온 휴대전화를 마주하자 마치 잃었던 나 자신을 찾은 듯 안도감이 들었던 걸 기억한다. 지금의 첨단 세상에서 스마트폰은 통화와 메시지를 넘어, 은행 업무, 일정 관리, 사진과 메모, 나의 흔적과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움직이는 나의 비서정도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사람들이 가장 자주 잃어버리는 물건이 휴대전화라는 보도를 보았다. 버스, 택시, 식당, 심지어 집 안에서도 종종 그것을 찾느라 허둥댄다. 어쩌면 그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넣어 두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름, 얼굴, 대화, 사랑, 일, 꿈... 모든 것이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 다 들어 있다. 그만큼 점점 더 그것에 의지하며, 점점 더 그것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과연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 걸까.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사는 동안, 혹시 사람과의 신뢰와 마음의 여백과 우연한 따뜻함 같은 것들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버스 안에서 청년의 휴대전화를 보았을 때, 그것은 타인과의 신뢰, 그리고 윤리의 문제다. 서로의 물건을 지켜 주고,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일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그 핸드폰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버스 기사에게 그대로 알려준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며 아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아들은 그 청년이 대형 학원 앞에서 내렸다면 목동 학원에 다니거나, 우리 동네 사람일 거라는 유추를 한다
나는 그 청년이 무사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되찾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가 그 경험을 통해 세상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기를 바라는 것이다. 핸드폰을 돌려받았다면, 낯선 이가 자기의 물건을 정직하게 지켜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한층 더 밝아질 수 있으니까.
삶을 살다 보면, 수없이 잃어버림과 되찾음을 반복한다. 때로는 물건을, 때로는 관계를, 때로는 자신과의 약속을 말이다. 휴대전화 한 대를 잃어버린 청년의 이야기 속에는, 지금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모두 손 안의 작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진정한 세상은 손 밖에 있다. 누군가의 눈빛 속에 있고 또 따뜻한 말 한마디 속에, 그리고 선의를 베푸는 용기 속에 있다.
버스 창문 밖으로 스치는 불빛처럼, 하루는 늘 흘러간다. 그 안에서 서로를 위해 잠시 멈춰 서고, 잃어버린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 찾아주는 일, 그것이 바로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연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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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 시대,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과 마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믿음이다. 그 어떤 물건이 잠시 손에서 떠나더라도, 또 마음은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야말로 잃지 말아야 할 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