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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월든'을 찾아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을 다시 읽고

by 현월안




인생의 지침서를 꼽으라면 단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주저 없이 말한다. 백 년 전에 쓰인 한 권의 책이 시대를 초월하여 수많은 영혼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근원적인 덕목과 가장 사랑스러운 삶의 방식을 조용히 일깨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월든'은 콩코드 숲 속의 오두막을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 그곳은 물리적인 장소가 아닌 각자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린 사유의 숲이고 본질의 호수이다.



'소로'가 스스로를 '직업 산책가'라 칭하며 하루 네 시간을 야생 속에서 보냈듯이, '월든'은 산책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소로의 산책은 단순히 다리를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자발적 가난과 의식적인 단순함이라는 굳건한 철학을 기반으로, 세상의 헛된 분주함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벗어나 자신의 영혼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구도의 행위다. 그는 모두가 생계의 수단에 팔려버린 삶을 살고 있다고. 삶의 본질은 무서울 만큼 단순하고 순결한데, 왜 이토록 복잡하고 불안하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묻는다.



'월든'은 사람들에게 그 복잡한 껍질을 벗겨낼 용기를 준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을 덜어내고, 오직 내 영혼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삶. 농부의 도끼질 소리나 수탉의 홰 치는 소리처럼 지극히 일상적이고 원초적인 자연의 소리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발견하는, 사랑스러운 시선을 회복하라고 속삭인다. '소로'는 숲 속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곳에서야 비로소 삶을 얻었다.



'소로'가 가을 산책길에서 만난다는 낮달을 가만히 응시해 본다. 태양의 빛에 가려 희미하고 애처롭게 얼굴을 내민 낮달. 청마 유치환이 '보다 남은 연정의 조각'이라 노래했듯, 낮달은 세상의 화려한 조명 뒤편에 숨어있는 우리의 내면 세상과 같다. 존재감이 희미해 외로워 보일지라도, 그 낮달 뒤편에는 밤하늘의 무수한 별빛이 굳건히 숨 쉬고 있듯이,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이면에는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진실과 충만한 사유가 존재한다. 산책자가 바람 속에서 그 기운을 읽어내듯, 단순한 삶이라는 낮달 속에서 삶의 깊은 촉을 읽어낸다.



'월든'이 오랜 시간 동안 생명력을 잃지 않은 이유는, 고정된 정답을 제시하는 기본이 아니라, 읽는 이의 눈높이만큼만 허락되는 거울과 같다. 젊은 날의 독서가 사회적 성공이었다면, 중년의 독서는 영혼의 안식처를 찾는 간절함이 될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른 깨달음을 주고, 세상 밖으로 나가라는 것이 아닌 안으로 들어오라는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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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호수의 물빛처럼 맑고 투명한 삶. 세상이 정의하는 성공의 기준 대신, 내가 정의하는 행복의 기준을 찾아 하루하루를 경이롭게 채워나가는 용기. 숲을 거닐며 작은 생명들에게 사랑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소로의 모습은, 물질적 풍요보다 영혼의 풍요를 갈망하는 모든 이에게 가장 따뜻한 철학이 된다. 진심으로 나를 만나는 산책은 계속된다. 나의 월든을 찾기 위한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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