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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이 주는 행복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by 현월안




물결처럼 출렁이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항로를 찾아 배를 띄운다. 그러나 어쩌면 그 항로는 너무 멀리 나아가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부와 성취라는 파도 위를 건너며 종종 발밑의 바람을 잃는다. 삶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바람은 귓가를 스치기도 전에 사라진다. 행복이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잠시 멈추었을 때 스며드는 고요한 숨결 안에서 피어나는 미소일지도 모른다.



행복은 계산이 아닌 감각의 일이다. 어느 오후의 햇살처럼, 바람에 실려온 커피 향처럼, 문득 마음 한구석에 스며드는 따뜻한 온기다. 종종 너무 오래 행복을 거대한 목표로 오해한다. 진짜 행복은 삶의 과정 속에서 무심히 찾아오는 순간 속에 숨어 있다. 그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 삶의 깊이를 안다.



그리고 그 고요한 행복을 마주하는 단순한 방법이 있다. 바로, 한 권의 책을 손에 쥐는 일이다. 책은 세상의 속도를 늦추는 유일한 이고, 마음의 호흡을 되찾게 하는 오래된 방법이다. 책장을 넘기고 글자를 눈으로 따라갈 때, 의 내면은 미세하게 반응한다. 글자의 결마다 다른 숨결이 살아 있고, 문장 사이의 여백 속에서 나 자신이 조용히 깨어난다.



어떤 이는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열두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고, 삶의 무게로 어깨가 굽은 사람에게 책 한 권 펼칠 여유는 사치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바로 그에게는 사치가 아닌 생존의 숨이다. 세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 한 편에 따뜻한 불빛을 켜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은 마음의 정리이고, 삶의 회복이다. 나와 다시 연결되는 의식의 쉼이다. 한 문장이 하루를 버티게 하고, 한 단락이 삶을 바꾸고 한 권의 책이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공자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그 즐거움은 앎의 시작이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기쁨이다.



삶은 언제나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도 중심은 단순하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행복의 조건을 너무 멀리 두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의 시선에 행복을 걸어두면 삶은 언제나 결핍 속에 머문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이미 내 곁에,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하루의 끝에서 문장 하나를 읽는 일. 그 한 문장이 나를 조금 다르게 만든다. 생각은 깊어지고 감정은 정돈되고, 세상은 다시 조금 따뜻해진다. 그렇게 책은 단순함을 회복시키는 마법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를 돌보는 일이다. 타인에게 내어주기만 하던 시선을 잠시 나에게 되돌려,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시간이고 그보다 더 소중한 일은 없다.



독서는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의미이고, 또다시 나를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자격도 조건도 필요 없다. 오직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단순한 선택이면 충분하다. 책 한 권을 펼치는 순간, 세상의 소음은 멀어지고, 나의 내면은 천천히 숨을 고른다. 그리고 그 숨결 사이로, 잊고 있던 나 자신이 조용히 걸어온다.



행복은 어쩌면 그 순간이다.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작고 고요한 빛.
때론 그것을 잊고, 너무 멀리 항해를 나섰다. 그러나 닻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멀리 있는 행복을 향해 달리기보다, 지금 문장 하나를 마음에 들여놓는 일. 그 작은 선택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삶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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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너무 멀어진 것뿐이다.
그리고 그 거리를 좁히는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방법은 읽는 일이다. 책 한 권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만 아는 기쁨이 조용히 내 안에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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