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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짙으면 말이 달라진다

조용하던 그녀가 변했다

by 현월안




종종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유난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본다. 분위기를 이끌 듯 손짓과 표정을 섞어가며 이야기하고, 주목받기를 즐기는 이가 있다. 농담을 던지고, 때론 누가 질문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낸다.

처음에는 활발하고 유쾌한 인상일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듣는 이가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그저 외향적이라고 보기엔 뭔가 더 복잡한 심리가 그 안에 숨어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말이 많은 사람은 흔히 외향성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활달한 성격과는 다른 내면의 뭔가 불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람 많은 자리에서 말을 많이 하는 이는 실제로 타인의 주목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고자 다. 침묵이 흐를 때, 존재가 작아지는 느낌을 못 견디는 것이다. 말이 많은 것은 단지 소통이 아닌, 아무 말이나 밑도 끝도 없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조용한 성격이고 말이 많지 않았던 친구가 수다쟁이가 됐다. 친구의 남편이 사업을 크게 하다가 정리를 했다는 소식을 오래전에 들었다. 친구의 말속에도 그렇고 행동에서도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말들이며 말속에 울분이며 세상의 불만이 가득했다.



대부분 말이 많은 사람의 말에는 불안이 녹아 있다. 침묵이 길어지면 어색해지는 상황, 그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말을 마구 꺼내 놓는다.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깊은 내용보다 가볍고 즉흥적인 것이 많다. 대화의 빈 공간이 불편하기에 끊임없이 채우려 하고, 그럴수록 말은 많아진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끊임없이 의식하며, 함께 있던 공간이 어색해지기 전에 말을 늘어놓는다.



말로써 웃음을 유도하고, 감탄을 자아내고 감정을 자극해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필요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시간도 자주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끊고 자기 이야기를 이어갈 때 상대는 불쾌해한다.



말이 많은 사람은 내면이 불안정하고 또 외로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말을 많이 하려는 이는 집단 속에서 홀로 있는 느낌을 덜기 위해 말을 많이 한다. 이야기를 하고, 웃음을 주고 또 반응을 이끌어냄으로써 관계를 확인하고 외로움을 덜어내려 한다. 불안과 상처가 뒤섞여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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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은 곳에서 말이 많은 사람은, 사실 그 누구보다 주목받고 싶어 하면서도 내심 두려움을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로써 자신을 지키고, 말로써 연결되고 싶어 하는 심리일 것이다.

단순히 시끄러운 사람으로 보기보다, 그 말속에 숨어 있는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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