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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일수록 예의가 필요하다

친구들과 모임에서 다툼을 보며

by 현월안




사람의 관계는 참 미묘하다. 때론 아주 가까웠던 친구가, 한순간의 말 한마디로 멀어지기도 한다.

"우린 제일 친한 친구니까, 뭐든 다 이해할 거야" 이 한마디는 믿음의 말처럼 들리지만, 실은 관계를 허물게 하는 위험한 말인지도 모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가 필요하다.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할수록, 너무 오래 함께했다고 믿을수록, 그만큼 쉽게 무례해진다. 배려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말의 끝이 거칠어진다. 친하다는 이유로 던진 말이 마음에 상처가 되고, 그 친밀함은 순식간에 낯선 벽으로 변한다.



학교 다닐 때 함께 자라며 서로의 비밀을 알고, 추억을 함께한 친구라면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친구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때로 그 아픈 곳을 무심코 찌른다. 농담이라 여긴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비수가 되고, 익숙함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무례는 마음의 균열을 만든다. 그 가까움이 무례함으로 둔갑을 한다. 진정한 친밀은 깊이 있는 존중이다. 예의는 격식이고 품격이다. 상대의 감정을 살피고, 말의 온도를 조절하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 배려가 없으면 아무리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이라도, 순간 관계는 무너진다.



삶이란 각자의 리듬으로 흘러간다. 누군가는 빠르게 달리고, 누군가는 천천히 걸으며, 서로 다른 길 위에서 다른 풍경을 본다. 젊은 시절엔 같은 곳을 바라봤던 친구들이 시간이 흐르며 점점 다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삶의 결이 달라지면, 대화의 결도 변한다. 공통의 언어가 사라지고, 웃음의 흐름이 어긋나고, 마음의 속도도 달라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 아무런 다툼도 없이도 멀어지는 관계들이 생긴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나무가 자라며 가지를 뻗듯, 사람도 각자의 방향으로 자라 가기 때문이다.



친한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인연의 끈은 언제나 같은 장력으로 팽팽할 수는 없다. 느슨해지기도 하고, 풀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매듭으로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함께한 시간이 진심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서로의 삶에 흔적이 남는다. 그것은 헤어진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 속의 웃음, 함께 걸었던 골목길, 서로의 눈빛 속에 비쳤던 온기는 세월이 흘러도 조용히 마음 한편을 데운다. 인연은 그렇게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 살아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은 단단해지고, 곁은 가벼워진다. 젊을 때처럼 많은 사람을 곁에 두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진심으로 통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과 깊이 있게 연결되면 되는 것이다. 그 관계 속에는 화려한 말도, 과장된 감정도 없다. 조용히 주고받는 시선, 말없이 내민 손, 무심한 듯 건넨 안부의 말속에 진심이 스며 있다. 그것이 나이 들어서 비로소 배우는 인간관계의 품격이다. 친밀함을 유지하는 힘은 결국 예의라는 근육에서 나온다.



지난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모임에서 작은 다툼이 있었다. 친구 둘은 사소한 오해로 언성을 높였고, 결국 마음을 풀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모두가 어색한 침묵 속에 남았다. 사실, 친구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연약하다. 아주 사소한 한마디, 순간의 감정 하나가 수십 년의 인연을 흔들 수 있다. 관계는 노력하지 않으면 금세 식고, 다독이지 않으면 쉽게 부서진다.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라면, 편함이 아니라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예의는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는 부드러운 끈이다. 존중은 가까운 자리에서 가장 먼저 필요하다. 가장 친하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서로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관계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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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깊어질수록 알게 된다. 가까움의 진짜 온도는 '적당한 거리감' 속에 있다. 그 적당한 거리가 관계를 숨 쉬게 하고, 예의라는 공기가 그 사이를 따뜻하게 채운다. 오래도록 이어지는 인연은 그 온도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길이다. 서로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감싸고, 말보다 마음이 앞서는 그런 관계다. 그것이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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