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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를 읽고

'무라카미 하루키' 낭만과 감성이 넘치는 하루키의 유럽 여행기

by 현월안




어느 날, 아주 먼 곳에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듯,
잊힌 내 마음 한편이 스스로 깨어나는 듯했다


낡은 외투를 걸치고 문을 나섰다
아무런 약속도, 계획도 없이
단지 그 소리에 이끌려 걷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로마의 겨울 하늘은 고요히 내면을 감싸 안았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어디론가 떠나야만 한다는 예감 속에 산다
지금 자리에 머무는 것이 편안해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그 '먼 북소리'가
마음을 흔들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세상을 탐하는 일이고
내 안의 길을 찾는 일임을 알게 된다
길 위에서 매일 조금씩 작아지고,
그 작아짐 속에서 오히려 단단해진다


낯선 골목의 석양 아래서
오래된 글자처럼 깊은 내면과 마주 한다
어제의 후회도, 내일의 두려움도
잠시 햇빛 아래서 투명해진다


이제 돌아온 자리에서 문득 귀 기울이면
그 북소리는 여전히 들려온다
멀리서, 그러나 분명히
그것은 세상의 소리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심장이 두드리는 삶의 리듬이다
그래서 오늘도 귀를 기울인다
언젠가 다시,

그 북소리를 따라나설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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