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 번째 길 위에 선 그녀

다시 시작하는 마음의 온기

by 현월안




최근에 지인들과 함께 식사하고, 차 한 잔 곁들이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아지트가 생겼다. 교직을 이르게 내려놓은 지인이 가족과 함께 문을 연 소박한 식당이다. 더 근사한 건, 우리 동네에 식당을 열었다. 식당에 들어가면 깔끔한 인테리어와 아담한 책장이 손님을 맞이하고, 따뜻한 조명 아래 정갈하게 차려진 테이블이 반긴다. 주 메뉴는 낙지볶음이다. 은은한 양념 냄새가 책과 사람과 웃음 사이를 천천히 흐르며 공간을 적신다. 이제 약속 장소를 두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문을 열고 들어갈 곳이 생겼다는 건, 생각보다 큰 기쁨이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지인의 새로운 도전이다. 교단에서 평생을 보낼 것만 같았던 그녀가 이제는 손수 음식을 만들며 또 다른 자리를 가꾸고 있다. 사실 요즘은 백세 시대이고 삶이 생각하는 것보다 길다. 어쩌면 누군가는 두 번째 인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또 이미 누구는 시작된 길 위를 걷고 있거나 말이다.



요즘은 주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비슷한 울림이 느껴진다. 누구는 경력이 단절된 뒤, 틈나는 대로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누구나 부러워하던 회사를 미련 없이 그만두고, 대학원에 들어가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 도전하고 공부하고 여전히 새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의지로 삶을 밀어가는 힘이 분명히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주변 사람들이 인생 이모작을 이행하고 있고 대단한 준비다.



이제는 한 자리에 안주하는 시대가 아니다. 미래는 예측이 어렵고 뭐든지 준비하고 공부해야 하고 대응의 영역이 되었다. 인공지능이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측한다. 기술은 인간의 속도를 재촉하고, 문명은 모두를 다시 뒤돌아보게 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명 속에 머물지만, 때로는 그 문명의 속도에 인간이 속절없이 꼼짝 못 하게 되는 존재가 된다. 그러니 또 다른 준비는 의무가 아니라 생존이 아닐까 싶다. 다음을 위해서 꾸준히 배우고 준비해야 하고, 그것을 잃지 않는 사람만이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이모작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일이고 다시 설레는 일이다. 여전히 유연한 마음을 품는 일이다. 그것은 삶의 또 다른 단련일 것이다. 두 번째 여정은 어쩌면 사회적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나답게 살기 위해 얼마나 기꺼이 흔들릴 수 있는가. 또 도전하면서도 다시 걷기를 할 수 있는가의 선택일 것이다.


~~----==~~~---~~~


지인의 식당에서 여러 사람들과 밥을 먹었다. 그 속엔 밝은 온기가 묻어있다. 그리고 그 모든 연결이 하나의 순환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또 삶은 계속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깊어지고, 더 따뜻하게 익어가는 듯 보였다. 두 번째 길 위에 선 그녀에게 따스하고 고운 마음으로 응원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