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토리 하루히코' 삶의 철학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음의 창을 여는 행위이고, 한 사람의 세상이 조용히 확장되는 순간이다.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건네는 메시지는 바로 그 지점에 놓여 있다. 그는 태생부터 뛰어난 지성이 아니었다. 교과서 한 줄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던 소년이었고,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보다 뒤처지기를 반복했던 문제아였다. 그러나 그가 다른 길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였다. 책이라는 조용한 스승이 그의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책은 그에게 세상을 버티는 힘을 가르쳐주었고, 생각의 뿌리를 내려주었으며, 혼돈 속에서 방향을 찾는 법을 일깨워 주었다. 사람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지성이다. 그리고 지성을 기르는 가장 오래되고 확실한 방법이 바로 읽기다.
모두가 얼마나 읽고, 얼마나 생각하는가. 지하철에서 고개를 들면, 모두의 손 안에는 작은 화면이 있다. 수많은 알림과 속보가 구미를 당기지만, 정작 마음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생각의 근육을 잃어가고, 타인의 목소리와 판단에 자신을 맡겨버린다. 그리고 요약된 문장만 삼키는 시대다. 그래서 모두가 잃는 것은 사유의 깊이다.
'하루히코'는 철학자들을 소환한다. 칸트는 사고의 길을 열어주고, 니체는 생각을 붙잡는 메모법을 알려준다. 그들은 읽는다는 것은 질문을 품는 일이라고. 문장을 받아들이는 순간, 묻고 의심하고 머뭇거리며 다시 스스로를 바라본다. 그런 시간이 쌓여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지게 된다.
지성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고,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이다. 또 자신의 가치관을 스스로 세우는 과정이다. 지성이 자라지 않는다면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 속에서 방향을 잃는다.
'하루히코'는 말한다. 내면에 서재를 만들라고. 그것은 조용한 시간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능력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붙잡아 자신만의 사유를 쌓는 일이다. 책을 펼치고 사유하고, 노트를 적어가며 마음속에 작은 방 하나씩을 지어가는 과정이다.
책은 더 넓은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기 위한 문이다. 책 속에서 누군가의 삶을 만나고 사유의 흔적을 느끼고, 나 자신의 방향을 찾아간다. 그것은 타인을 흉내 내기 위한 공부라기보다. 세상의 기준에서 한 발 물러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믿고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여정이다.
지성을 갖춘 사람이 반드시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유를 잃은 삶은 쉽게 흔들리고, 쉽게 공허해진다. 책은 그런 텅 빈 마음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연결이다. 세상은 소음을 쏟아낸다. 속도와 효율이 최고의 가치가 된 시대에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행위는 어쩌면 가장 용기 있는 저항일지 모른다. 읽고 또 생각하고, 다시 의심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만 사람은 자신만의 길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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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문장 사이에 새겨진 작은 질문들이 마음을 흔들며 말할 것이다. '어떤 세상을 살고 싶은가' 그때 조용히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읽었다고. 생각했고, 의심했고, 그래서 오늘의 내가 되었다고.
바로 그때, 내면에는 작은 빛이 켜진다. 책을 통해 길을 찾은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단단한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