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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소음이 커질 때

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진다

by 현월안




매일 뉴스가 쏟아진다.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서 세상이 끊임없이 요동친다. 매 순간 속보가 울리고 헤드라인이 번쩍인다. 마치 세상이 어찌 된 것처럼 시선을 잡아 끈다 그런데 그 모든 건 잠시 시선을 끌 뿐이다. 읽고 넘기고 또 금세 잊는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마음을 흔들었던 사건과 감동은 다음 소식의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다.


디지털 세상은 매 순간 새로움으로 덧칠한다. 지나간 사건은 지나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뉴스의 수명은 하루를 채 가지 못하고, 이슈는 이내 식어 버린다. 대부분의 기사는 새로고침되고, 모두의 의식은 그 속도에 맞춰 있다. 기억은 얕아지고 생각의 깊이는 점점 더 짧아진 듯하다.



정보는 폭포처럼 쏟아지지만, 갈길을 잃은 뉴스는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제목이 눈길을 끌고, 자극적인 문장일 뿐 또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 어제의 논란이 논의로 이어지지 않으니, 이슈는 매번 제자리에서 맴돈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또 다른 이는 지쳐서 스크롤을 내린다. 정치도 사회도, 또 사람의 마음도 제자리에 갇혀 있는 듯하다.



어느 날 문득, 뉴스를 끄고 오래된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손때 묻은 페이지에서 묘한 온기가 느껴진다. 글자 사이로 흘러나오는 사유의 냄새, 그 고요한 리듬이 오히려 나를 숨 쉬게 한다.


세상의 소음이 너무 커질 때면 화면을 덮고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소셜미디어의 바다에서 표류하던 내 생각들이 잠잠히 가라앉는다. 그때서야 세상은 뉴스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삶은 여전히 느리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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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새로운 뉴스를 올리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내리며 하루가 지나간다.

삶은 기억의 총합이다. 무엇을 보고 또 어떻게 느끼고, 어떤 마음을 품었는가가 나를 만든다. 그래서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무엇을 기억하고 있니?"
그 질문 하나가 정신을 붙잡아 준다. 혼탁한 세상 속에서 미디어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하는 유일한 닻이 된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의 틈새에서, 그 느린 은유야말로 진짜 필요하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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