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2월이다
마음밖에 내놓은, 잊고 지낸 것들을 들여놓아야겠다
바람이 차고 춥다 추운 겨울이 왔다 올해도 벌써 12월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뭔가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고집스럽게 혹독한 추위가 곧 시작된다 추위는 사람 마음을 한없이 움추러들게 하고 심리적으로 약하게 만든다 추워서 더 연말에는 마음이 시리고 아쉽다 올해도 잠시 눈돌릴 틈 없이 앞으로만 달렸더니 끝자락에 서 있다 마지막 달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리 발버둥 치며 한해를 열심히 지나왔어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달이라서 12월은 더 애틋하다 한 달이 지나면 또 다른 해가 펼쳐진다 세월은 빠르게 흐르고 시간은 쉼 없이 흐른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세월의 흐름이 무덤덤하게 다가오다가도 때로는 묵직하게 짓누르는 듯한, 알 수 없는 고민의 허상 같은 것이 있다 세월을 수없이 보냈으니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지금 나의 나이 듦은 뭔가 내 것이 아닌 듯, 아직은 아니라고 밀어내고 싶은 것일까 바삐 살다 보니 어느덧 이 나이가 되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려니 하면서
'맞아~ 내가 적지 않은 나이를 먹은 거야~ '
바로 현실을 알게 된다
흐르는 세월은 정말 강물처럼 유유히 흐른다
어느새 마지막 달이다
12월에는 마음밖에 내놓은 잊고 지낸 것들을 서둘러 들여놓아야겠다 마음 밖에 내놓은 나의 상처 난 조각들을 꿰매어 안으로 제자리에 들여놓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해를 예쁘게 새롭게 맞이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사람들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간들 속에서 수많은 연결 속에 살아간다 때로는 그 연결된 인연과 치열하게 대립하다가 또 화해하기를 반복하고, 가끔은 상처의 끝이 남아서 치유되지 않은 채, 또 한 발짝씩 내딛고 앞으로 간다 마음에 작은 오해의 씨앗들이 남아있다면
한 해가 가기 전에 사람들 사이에서 풀어내야 하는 것들이다 마음 밖에 두고 누군가에게는 말이 너무 넘치거나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인간관계를 찬찬히 둘러보아야겠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독서토론모임을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때로는 리더라고 주름을 잡으며 때로는 앞장서서, 다른 이에게 마음에 상처를 내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독서 토론을 하다가 보면 책을 선정하는 과정이 있고 우리들만의 규칙이 있다 대부분 인문학과 철학을 선호하는데 연애소설을 고집하는 이와 조율할 때, 이견들 사이에서 작은 상처들이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독서 모임에는 책을 다 읽고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부분 바쁘게 살다 보면 책을 다 읽고 오기가 쉽지 않을 텐데도 참석율이 좋다 참석하는 사람들이 전부 예쁘고 분위기가 정말 좋다 늘 웃으면서 만나고 웃으면서 헤어지는 사람들이다 앞에서 이끄는 내가 충분히 숙지하고 좀 더 배경지식을 공부해 가야 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책 한 권을 앞에 두고 정말 행복한 시간과 마주한다 뭔가 채워질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넘치도록 가득 채워서 행복해하는, 그 느낌을 아는 사람들이다
같은 목적으로 만난 사람들인데도 흔히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이견의 작은 알갱이들이 만들어진다 그때의 일어난 일들은 그 자리에서 풀어내려고 하지만, 이끄는 사람으로서 모두의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게, 잘 살피고 또 중재하고 조율하려고 나름 노력을 한다 작은 씨앗이라도 남음이 있다면 서로에게 좀 더 너그럽게 이해하는 마음으로, 마음밭의 상처가 아니기를 바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지난 시간에는 연말이 다가오고 해서 서로에게 '마음 밭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뭔가 작은 감정의 여지라도 남겨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시간을 만들어 보았더니, 너무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우린
'많은 것을 함께 배우는데, 작은 것에서 상처를 받으면 그 시간이 의미 없다'는 말에서 모두가 서로에게 얽힌 미안함을 꺼내 놓았다 그 속에는 진심이 담긴 눈물 콧물이 섞이어, 한 해 동안 쌓여있던 작은 알갱이들을 속시원히 털어냈다 사람들은 큰 것이 아닌 아주 작고 소소한 것에서 잔잔하게 상처를 받는다
'내가 그때 그 말을 좀 오해했어~
책을 다 읽지 않고 참석해서 미안해요~
간식 다 먹었다고 뒷말해서 미안해요~...'
진심에서 나오는 말에서 서로가 깊이 소통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다를 그간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과, 모두가 생각이 성숙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생각의 크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내 생각의 그릇에 충분히 담을 때 가능 할 것이다 내 그릇의 크기가 있어야 다른 이의 생각을 충분히 받아들인 수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는 듯했다 다들 만족한 시간이었고 매년 연말이면
'마음밭 돌아보기'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모두가 한없이 행복해하는 모습들을 보니까 뿌듯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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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연결에서 뭔가 어긋나 있다면 먼저 손 내밀어주는 용기도 때로는 필요할 것이다 살포시 다가가면 풀면 풀린다 아주 작고 소소한 것이라서 풀릴 수 있다
올해도 12월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마음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소소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을, 춥기 전에 그만 안으로 들여놓아야겠다
그래야 또 내년을 맞이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