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

문학은 인간을 다루고 인간은 흔적을 남기고 살고

by 현월안




우리 동네에 내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이층 구조로 널따랗게 꾸며진 그림이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이층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창 너머로 오후의 빛이 들어오고, 나만의 아늑한 자리가 있다. 그곳에서 가끔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 카페는 두 가지가 다른 카페와 다른 점이다. 주기적으로 그림을 바꿔가며 공간을 꾸미고 또 놀라운 것은 화장실이 깨끗하고 화장실에 붙은 문구가 매번 달라진다는 점이다. 어디서 본 듯한 흔한 문구도 들어 있지만 가끔 생각지도 못한 문구가 마음을 잡아 끈다. 무엇보다도 주기적으로 바뀌는 짧은 문구 하나가 사람의 기분을 매번 새롭게 만든다. 이번에 적혀 있던 글귀는 "아름다운 이는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많이 알려진 표현이지만, 변기에 앉아 그곳에 걸린 문구를 읽는 순간 미소가 번진다. 화장실이라는 일상의 가장 사소한 공간에서 누군가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하고, 그 너그러움이 기분을 좋게 한다. 이 문구는 현실적인 지칭을 넘어 사람에 대한 믿음과 존중을 먼저 건넨다. "깨끗이 사용하세요"라고 직접적이지 않고,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먼저 인정해 주는 여유가 들어 있다.



문학의 힘은 여유를 지닌 깨달음에 있다. 잔잔하게. 다가오는 생각을 주는 여유. 문학은 의미를 바로 내놓지 않는다. 빗장을 하나 걸어두어,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가슴에 스며들게 만든다. 즉각적인 것을 중시하는 말은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지지만, 천천히 도착하는 문학의 의미는 오랫동안 마음에 눌러앉는다. 머문 자리가 아름답다는 말은 청결 캠페인을 너머 사람이 공간과 관계 맺는 연결이다. 그리고 머문 자리의 흔적이 그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더 넓은 사유로 이끄는 것이다.



요즘 시대는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진다. 정보는 속도를 자랑하고, 감정마저 즉각적인 자극 속에서 출렁인다. 이런 시대에 문학은 그래도 여유를 준다. 느림이라는 고집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문학은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미세하게 온기를 주고, 삶을 지나쳐온 사물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조용한 힘을 가진다. 무심코 지나치는 표지판과 카페 구석의 작은 액자까지 또 화장실의 문구 하나에도 문학적 숨결이 들어 있는 것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사람은 의외로 작은 문장 하나에 마음을 연다. 문학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사소한 문장들이 매일의 삶을 조금 더 부드럽게 한다. "아름다운 이는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는 그저 화장실에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이에게 묻는 것이다. 당신이 지나온 자리와 당신이 건넨 말들, 당신이 남긴 표정들은 어떤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는가.



문학은 인간을 다루고 인간은 흔적을 남기며 살고, 그 흔적이 모여 공동체를 이룬다. 그러니 한 사람의 아름다움이, 또 그 자리를 떠난 뒤에도 남아 있는 온기는 생각보다 크다. 문학은 그 온기를 가만히 비추는 조명 같은 의미다. 빠르게 뛰는 세상 속에서, 잃지 말아야 할 격이 무엇인지 문학은 천천히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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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작은 문구 하나가 알려주는 것은 작은 것이다. 사람은 머문 자리로 말하고, 머문 자리는 그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그리고 문학은 그 의미를 더 깊고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다. 사람이 지나치는 모든 공간에, 어쩌면 이미 문학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작은 여유와 품어주는 따뜻한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