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월안 Dec 08. 2023

'도토리묵' 집에서 만들기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 따라 하기

    앞집에 사는 새댁이 시어머니가 다녀가셨다며 도토리 가루를 줬다 시골에서 오신 시어머니가 또 바리바리 가져오신 모양이다

'아니 이 귀한 것을 만나다니...'

제법 많은 양이라서 깜짝 놀랐다

조금만 받겠다고 사양을 했더니 툭!던져 놓는다

매번 그댁 시어머니가 도토리 가루를 가지고 와서 묵을 만들어 주고 가셨는데, 만드는 방법을 단단히 알려주고는 일찍 가신 모양이다

너~ 무 도토리 묵 만드방법이 번거롭고,알려줘도 모른다며

'그냥 다 가지세요~~'한다

 그 많은 양을 받아 들고는 고민이 되었다 

     너무 귀한 것이라서  시어머니 얼굴이 떠올라서 그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도토리를 힘들게 도토리나무 밑에서 하나하나 었을 테고, 방앗간에 가서 가루로 빻아서 물에 여러 번 우려내야 하고, 밑에 가라앉은 앙금을 가루로 낸 것이 도토리 가루 여러 과정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시어머니의 수고와 땀방울,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 같아서 고마움이 컸다 


    시장을 다녀오면서  한 상자와 제과점에서 맛있어 보이빵을 사서 새댁에게 건넸다 쉽게 받아먹을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라서, 작은 보답이라도 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마음씨 예쁜 새댁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아서, 도토리 묵 만들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벌써부터 들떴 진짜 순수 국산 도토리가루를 만나기가 힘들고, 돈을 많이 준다 해도 구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귀한 것이다

맛나게 도토리 묵을 만들어서 앞집과 반반 나누어 먹을 생각이다

'맛있게 만들어 줄게~ 새댁 기대해~~~'

'종갓집 종부 엄마에게 배운 솜씨라서 ㅎㅎ...'

  

    그 옛날 종갓집 종부 엄마는 묵을 종류대로 만드셨다 큰솥에 도토리 묵과 메밀묵을 자주 만드셨다 만드는 과정을 많이 보고 자랐엄마가 특별한 요리를 하실 때에는 요리법을 알려주시고는 맛을 보여 주셨다 요리는 당신이 가장 잘하시는 것이기에 만드는 과정을  시니브 일러 주셨다 


    그때에 도토리 묵을 만드시는 과정은 예술일 만큼 구경거리였다 큰 가마솥에서 구멍이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묵이 거의 완성되어 갈 때쯤 일러 주시는 말씀, 저어주는 나무 주걱을 

'솥 한가운데 꽂아보고, 

  그대로 세워지면 다된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생각이 난다 적당한 농도를 감각으로 알아내셨던 것이고 그것이 맛을 내는 기술이었던 것,

하나하나 새록새록 그 옛날 엄마 생각이 난다

그때에 보고 배워서 그런지, 요리가 재미있고 다행히도 만드는 솜씨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요즘 즐겁다 무슨 요리를 겁내지 않고 한다는 것이 엄마와 닮은 점이다 뭐든 만들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도토리 묵을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고, 조금만 관심을 두면 누구나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가족에게 별미를 만들어 주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도토리 묵을 만들어 놓으면 고급스럽고 다양하게 상차림을 할 수 있다 양념장에 야채와 무쳐먹어도 맛있고, 채를 쳐서 육수물에 양념장을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 화려한 야채와 아주 잘 어울리는 샐러드를 만들어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


    도토리 묵을 만들어서 가늘게 썰어서 볕에 바짝 말려서 나중에 볶아먹으면 정말 맛있고 별미다 쫀득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고 도토리 묵의 감칠맛이 그대로 들어 있어서 말린 도토리 반찬은 먹어 본 사람은 잊지 못하는 음식이 먹어본 사람만 아는 맛이다 엄마가 도시락 반찬으로 말린 도토리 볶음을 싸 주시면 친구들이 맛있다고 난리였다 아직도 엄마 손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도토리 묵을 만들어서 앞집 새댁에게 정확하게 반을 나누어 줬양이 많아서 세 번에 나누어서 만들어 먹을 생각으로 이번에 삼분의 일 만큼만 만들었다 새댁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고 나머지 두 번이 남아 있으니까 기대하라고 하니까 '뭐 이런 횡재가 있냐'며 난리다 늦은 저녁 카톡으로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감사 인사를 받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주고 뿌듯하게 느껴진다는 것, 또 다른 기쁨이다 도토리 가루를 받아 들고 묵직하게 다가오던 마음이 있었는데, 그 댁 시어머니의 수고로움을 조금은 갚은 느낌이어서 다행이


   (도토리묵 만드는 방법)

    도토리 가루는 국산과 중국산 두 종류가 있다 국산이 떫은맛이 덜하고 감칠맛이 더 있다 중국산은 약간 떫은맛이 강하고 색이 짙다 중국산도 맛을 내서 만들면 괜찮은 맛이 난다


    먼저 도토리 가루를 체에 내려야 한다 그래야 만들어 놓으면 엉김이 없이 매끈하고 윤기가 난다

체에 내리는 것이 싫다면 도토리가루 1컵에 물 6컵 비율로 해서 3시간 정도 불리면 된다

꼭 찬물에 불려야 한다(서로 엉김을 방지)

얇은 냄비보다 두꺼운 웍에 해야 눌어붙지 않고 타지 않는다 도토리가루 1컵에 물 6컵 비율을 정확하게 지켜서 센 불에서 같은 방향으로 저어준다

익어가는 신호인 작은 구멍이 올라올 때쯤

도토리가루 1컵 분량이면, 소금 반스푼과 들기름 반스푼 넣고 계속 젓는다

위의 두 번째 사진에서 처럼 같은 방향으로 저어 주다 보면 뽀글뽀글 폭탄 터지듯이 끓으면 어느 정도 됐다는 신호이다 그리고는 불을 줄이고 5분 정도 더 끓여낸다 뚜껑을 덮어두고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그리고는 사각 유리그릇에 담는다 하루정도 식히면 완성된다


                    □□□□□□□°°°°○°°□□□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를 따라 한다는 것이 요즘 재미있고,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그 옛날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하고 계신 엄마모습을 보고 있으면, 찌고 말리고 삭히고 꼼지락꼼지락 마치 나이 든 사람이 먹는 음식은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덧 내가 그 나이가 되었

세월 변해도 손끝으로 끈끈하게 이어지고

엄마 요리를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엄마의 숨결을 브런치에 기록해 둘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홍삼정과' 집에서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