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마지막 날

내일이면 새 해다

by 현월안




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한 발 앞서 달린다. 붙잡으려 하면 이미 빠져나가고, 돌아보면 어느새 멀리 가 있다.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이렇게 정확할 줄은, 해의 끝자락에 설 때마다 새삼스럽게 알게 된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오늘은 2025년 12월 31일. 달력의 숫자는 더없이 담담하지만, 그 숫자가 품고 있는 시간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문다. 시작과 끝이 늘 맞닿아 있음을 알면서도, 그 흐르는 시간 앞에서는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매년 이맘때면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을 되짚게 된다. 계획했던 일들과 다짐했던 말들, 나에게 건넸던 약속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룬 것보다 미완이 더 많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낸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것이 시간의 질서다.



올해의 한자처럼 변동불거(變動不居)는 '머무르지 않고 변하며 움직인다'는 뜻의 이 말은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은 한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있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 속에 있다는 가르침이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가 그랬다. 2025년 사회는 유례없이 빠른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렸다. 저마다의 삶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익숙하다고 믿었던 일상이 언제든 낯설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 속에서 필요한 것은 흐름을 정확히 읽고 몸을 낮추는 유연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연 흐름은 언제나 그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나무는 더 깊이 뿌리를 숨기고, 강물은 얼어붙은 듯 보여도 그 아래에서는 여전히 흐른다. 멈춘 것처럼 보이는 순간조차 변화는 계속된다. 우주 만물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자기 자리를 옮기며 순환한다. 해가 지면 달이 오르고, 밤이 깊어지면 새벽이 다가온다. 이 거대한 질서 앞에서 인간의 삶이 예외일 수 없다. 변화와 불안 속에 아프기도 하지만, 변화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이제 오늘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2026년은 병오년, 붉은말의 해다. 불의 기운을 품은 말은 도약과 주저하지 않는 전진을 상징한다. 밝음과 열정, 확장과 도전의 에너지가 세상을 향해 준비한다. 하지만 새해가 온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걱정은 남아 있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새해라는 이름의 문턱 앞에서 다시 한번 희망을 불러본다. 아직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내가 조금 더 걸을 수 있기를. 더 많이 이루지 못하더라도, 조금 더 성장하는 한 해이 기를. 무엇보다 사랑이 삶의 중심에 머무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큰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안부를 물어가며 함께 웃을 수 있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나의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하던 대로 평온한 온기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시간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지는 선택할 수 있다.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무엇을 원망하기보다 다가올 시간을 조심스럽게 맞이하는 마음. 그것이 내가 새해에 품고 싶은 삶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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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지막 페이지를 덮듯 2025년을 조용히 놓아준다. 그리고 내일, 다시 첫 장을 연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툴러도 좋다. 우주 만물이 어디론가 흐르듯, 삶도 자연스럽게 바뀌며 앞으로 가는 중이다. 내일이면, 새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