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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Sep 03. 2015

안녕, 나의 사람들

이제는 정말로.


어쩌면 작년, 2014년 연말부터 내 몸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너는 괜찮을거라고 아무렇지않다고 모르는 척 하고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라고.


태어나서 그렇게 아파본 적도 없는 것 같다. 투병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TV로 그 분들을 볼 때는 왜 저렇게 우울해하기만 할까? 왜 자기 삶을 포기할까? 희망을 가져야 이겨낼 수 있다는데, 했었던 시건방진 나를 반성했다.


나는 솔직히 말해 인간관계에 대해 정말 많은 신경을 쏟으며 그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다. 적당히 '너는 너, 나는 나' 할 줄 알아야 하는 데 그 사람의 아픔마저 떠안으려고 든다거나 그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려고 드는 어떤 집착 아닌 집착이 있다.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등 스물셋 여자에게 처음으로 위 내시경을 경험하게 했던 그것은 아마 내 생각에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모르는 척 하고 싶었다. 마냥 행복하고만 싶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건 내 착각이고 욕심이었다.


관계라는 것은 나 혼자 모르는 척 넘어간다고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끊어질 것은 결국에는 끊어져야만 하는 것이고 내가 붙잡으려 할 수록 더 나빠졌다. 마치 누군가 '너 얼마나 더 당해봐야 정신차릴래?' 라고 혼내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관계 유지의 고리가 될 수 없었다. 그것은 곧 집착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괜찮지가 않다. 어렸을 적에 나는 그렇게도 쿨한 척을 잘 해댔던 것 같은데 이제 그런 척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니.


하지만 내가 이렇게 긴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내 마음을 토해낼 수 있을 정도는 됐다는 것이니 미약하지만 좋은 신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튼 그대들 덕분에 나는 많이 힘들었지만 괜찮아지겠지요.

스칠 때는 그렇게 절실하더니만 지나고나니 한낱 바람이었다는 말처럼 언젠가는 웃으면서 술 한잔에 털어넘길 수 있겠지요.


그 마음을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겠습니다. 자랑해 내보일 것도 못되지만 그래도 나 스물넷까진 참 귀엽고 순진했노라고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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