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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Dec 28. 2015

야, 우리 행복한 얘기 좀 하자

never ending story

 아주 조그만 일에도 흥분하고 웃고 울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잊어버리곤 했던 우리는, 스물다섯을 며칠 앞둔 지금 어느새 감정 기복이 그리 크지  않아졌으며 소위 말하는 부정적이고 예민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역시 나만 이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위로가 되면서도 걱정되고 겁이 난다. 좋게 말하면 차분해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침착하게.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이 상태를 좋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왠지 모르게 몸이 긴장되어 있다는 게 느껴진다. 정확한 이유를 콕 집어 말할 수 없어 더욱 답답할 뿐이다.

 친구와 맥주를 한잔, 두 잔 들이켜며 열변을 토했다. 친구에게도, 나에게도 서로의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이 많았다. 스스로를 괜찮다고  달래 가며 잊어버리자고 했지만 잊어버리지 못한 것들.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소소한 행복들에 감사하며 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알아봤자 내 마음만 힘들고 괴로울 뿐이라는 걸 몸소 깨닫게 되자 어느 순간 탁, 놓아버리게 됐다고. 일정한 기준도, 철학도 없는 나라를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면, 그게 이 나라가 바라는 인간상이라면 그것에 맞춰 내 생각과 고민들을 버리는 게 맞지 않는가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길어지는 이야기에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아 "야, 우리 행복한 얘기 좀 하자", "뭐 좋은 얘기는 없냐?"고 흐름을 몇번씩 끊어보기도 했지만 이미 한번 시작된 이상 끝이없는 이야기는 끝내 중단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잘 됐으면 좋겠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회사를 위해 일해줄 참된 인재를 뽑는 자리에서, "여성 차별은 당연히 있는 거  아시죠?"라든가,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를 질문이라고 하는 이 나라에서 그래도 어딘가 우리가 발붙일 자리가 있길. "아가야, 세상엔 착하고 좋은 사람도 많단다."라고 진심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는 미래가 되길.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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