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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Jan 10. 2016

내 마음을 모르는 척 했던 만큼의 댓가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한답시고 머릿 속에 떠오르는대로, 휴대폰 메모장에 계속해서 글을 썼다.  화나면 화나는대로 욕도 썼다가 반성도 했다가. 한참을 그러다 "미안해 00아. 니가 그렇게 싫다고 싫다고 할 때 모르는 척 해서 미안해. 내가 내 마음을 무시했어" 라는 문장을 쓰게 됐고 그것을 내 눈으로 다시 한번 읽은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그동안 나는 많이 참고 있었나보다.



"나 많이 힘들었어, 근데 무서웠어. 또다시 사랑받지 못할까봐. 아닌 척 했지만 나 예전보다 많이 나약해져 있었어."

"미안해 00아. 내가 진짜 잘못했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니 마음 모르는 척 하지 않을게."



 미친 사람처럼 혼자 대화하며 울다보니 온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자 세수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 화장솜에 토너를 묻혀 얼굴을 닦아 내는데, 더 미친 사람처럼 노래가 나왔다. 방금까지도 집이 떠나가라, 이 세상 청승은 혼자 다 떨던 그 여자 입에서 "오늘부터 우리는~" 하는 멜로디가 흘러 나왔다.


 다행이다. 부끄러워 감춰왔던 내 맨얼굴을 다시 보게 되어 다행이다. 적당히 좋아하고 미워했던 사랑은 이렇게 적당히 마무리 되었다. 맞지 않는 그릇끼리 계속 부딪히면 언젠가 결국 깨져버릴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담담할 수 있었고, 씁쓸했다. 그 사람은 내 눈물 한번을 보지 못하고 가버렸다. 그토록 슬프고 비참했지만 그 사람 앞에서는 눈물 한방울조차 쉽사리 흘러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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