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수 Mar 30. 2016

충분히 반짝반짝한-

벚꽃 : 온천천

 나에게는 벚꽃과 대응되는 한 공간이 있다. 그곳은 부산의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를 흐르는 온천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주로 편하게 '온천천'이라고 부른다. 온천천은 그리 잘 다듬어지지 못해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봄을 느끼기엔 충분히 반짝반짝한 곳이다. 분홍빛 꽃들이 방울방울 피어나기 시작하면, 호시탐탐 때를 노리다, 화창한 어느 날을 놓치지 말고 다녀와야 한다. 봄날 햇볕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반드시 만개한 때가 아니어도 좋다. 

 그곳에 특별한 기억이 있어서라기보다, 물론 좋은 기억들이 많지만, 그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좋다. 온천천 길을 걷다 보면 배드민턴 치는 아주머니들, 자전거 타는 아저씨들, 도란도란 수다 떨며 산책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무리들 속에 혼자 섞여도 마냥 기분이 좋아서 외로울 틈이 없는 곳이라 더 좋다.



 작년에는 예쁜 벚꽃을 다 떨어트리려는 듯, 내 속도 모르고 주룩주룩 내리는 비 덕분에 벚꽃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마치 그에 대한 보상인 듯 더 예쁜 공간들을 만나고있다. 정말 감사하다. 파랑과 분홍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는 요즘이다. 낮에도, 밤에도 파란 하늘 바탕에서 빛나는 분홍색 꽃나무를 보고 내가 어떻게 선뜻 아파트 입구로 들어설 수가 있을까. 그토록 아득하게 아름다운 풍경에 이미 몇번씩이나 "아, 좋다."라고 말했다는 걸 알면서도 더이상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누군가는 알고 있을까.  


2014년 봄
작은 동네와 어울리는 벚나무
가본 적도 없는 일본을 떠올리게 해준 고마운 풍경
2016년 봄
유일하게 온천천이 보이는 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푹 젖어 무겁게 가라앉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