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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May 24. 2016

오늘 아침, 양치질하다 문득 든 생각 하나.


 우리 동네에는 유달리 길고양이들이 많다. 그래서 외출을 할 때면 꼭 한 마리씩 마주치게 된다. 대개 열 마리 중 아홉 마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조금 서운하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닌데 왠지 내가 잘못한 기분이 든다. 심지어 나는 고양이들에게 조금의 위협도 가하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고양이와 마주치게 되면 멀찍이 물러서서 아주 느린 걸음으로 지나가거나, 아예 멈춰 서서 몇 분이고 눈을 맞추며 깜빡거리기도 한다. 그러면 내 노력을 알아주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못 볼 꼴 봤다는 듯 후다닥 도망가 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들을 욕하지는 않는다. 그 아이가 얼마나 많은 인간들에게 위협을 받아왔으면 나처럼 별로 크지도 않은 인간을 보고도 그리 도망을 갈까,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나 보다. 자신들을 일반화하지 말라는 핑크 코끼리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 좀 그만하라는 핑크 코끼리들은, 이기적이다. 고양이들이 당했던 크고 작은 폭력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자신을 피하는 모습이 보기 싫은 거다. 조그만 고양이 따위가 감히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참고로, 유럽여행 중에 만났던 동물들은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다가오거나 따라오기도 했다. 내가 청설모에게 손으로 직접 과일을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나는 작은 동물들은 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거였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그 나라의 국민성을 보여준다는데, '동물'이라는 단어를 '사회적 약자'로 치환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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