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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Jun 15. 2018

나를 발명해야 할까, 이은규

 정말 구름을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걸

까 사람들은 조금쯤 회의주의자일 수도 있겠구나 설령 빙하

를 가르는 범선이 난파를 발명했다고 해도 깨진 이마로 얼

음을 부술 거야 쇄빙선에 올라 항로를 개척할 거야 열차가

달리는 이유를 탈선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사람

들은 궤도를 이탈한 별들에게 눈길을 주는 걸 몹시 염려해

평범한 게 좋은 거라고 주술을 멈추지 않지 누군가 공기보

다 무거운 비행기를 띄운 오만함이 추락을 발명했다고 말

한다면 그럴 수도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이동은 늘

매혹적인 걸 나로부터 멀어져 극점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

를 발명해야 할까 흐르는 구름을 초대하고 싶은 열망으로




 이은규 시인의 시집 “다정한 호칭”에 실린 ‘나를 발명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시다. 이 시집 전반적으론 내 감성과 잘 맞는 편은 아닌데, “사람들은 궤도를 이탈한 별들에게 눈길을 주는 걸 몹시 염려해 평범한 게 좋은 거라고 주술을 멈추지 않지” 이 구절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좋은 성격으로, 적당히 사람들을 사귀며, 적당히 좋은 대학을 가고, 적당히 좋은 직장을 구하고, 적당히 결혼해서, 적당히 잘 살다 가는 삶을 추구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적당한 삶을 추구하는 쪽보단, 궤도를 이탈한 별들에게 늘 더 마음이 간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 부담스러워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자기 생각이 분명한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 어쩌면 나 또한 적당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때그때 유행하는 말들을 사용하며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걸 쫓아가느라 자기 취향을 잊어버리고, 착해보이기 위해 혹은 개념있어 보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그런 삶들이 나는 싫다. 꽉 막힌 한국 사회에서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선 자기 고유의 색을 잃을 수밖에 없지만,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병든 사회에선 나도 같이 병들어버리는 게 마음은 편하겠지만, 병이 들어서는 도무지 인생의 참된 재미를 느낄 수가 없지 않을까?


 나는 그래서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재밌고 좋아서 하는 활동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는 부분이 있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지키기 위해서. 책을 읽으면서 언어를 배우고, 글을 쓰면서 단어들을 선택하고 조합하며 내 속에 어떤 마음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이게 진짜 내 생각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 이 시간이 좋다. 내가 맞는 말만 하려고, 사람들에게 칭찬 듣는 글만 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짧은 생각과 수준 낮은 글로 인해 질타 받을 것을 각오하고 계속해서 글을 써나갔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도, 환영을 받는 것도 그저 인생의 짧은 순간일 뿐이니 여기저기 우당탕탕 부딪히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꼭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괜찮고, 옆으로 구르고 진흙탕에 굴러도 괜찮으니까.




오늘, 그것도 이 늦은 밤에 글쓸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막걸리 한 캔도 다 안 마시고 알딸딸해진 기분에 취해 그냥 있는 대로 쏟아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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