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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다음날

사랑이라는 감정은 대체 뭘까

by 주디


반복되는 이별 신호에 지쳐갔다. 우리는 각자의 세상에서 가장 힘든 존재가 되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인연이 끝맺음 됨을 직감한 순간에 그에게 물었다.


"나는 너한테 어떤 존재였어?"


어떤 존재였기에 나를 밀어내면서도 놓아주지 않고 붙잡고 있었을까.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었을까. 우리의 노력과 시간과 감정이 너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사람 좋은 얼굴로 모질게 굴었다. 내가 사라지는 건 두려워하면서 내가 사라져도 개의치 않을 사람처럼 행동했다. 너는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글쎄."


끝내 답은 듣지 못했다. 그동안 내 노력과 시간과 감정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애초에 끝이 보였음에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는데. 부담만 줬던 걸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유를 나에게서 찾았다.


내가 너를 힘들게 했을까?

너의 상황이 힘듦을 세심하게 이해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을까?

과연 너에게 좋은 여자일까?

연민이 더 많은 여자였다면 너를 보듬어줄 수 있었을까?


부족한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고 아끼고 이끌어주며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관계였으면 좋았으련만.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함을 느끼며 관계에 한계를 느꼈다. 상황이 무척 힘들어 슬퍼하는 모습에 망설였지만 나는 마침내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오랜 시간을 지켜봐 왔기에 본디 그는 좋은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양귀자 - 모순 中

이현우 '헤어진 다음날'


헤어진 다음날

어제 아침엔 이렇지 않았어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오늘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모든 것이 달라져 있어요.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 내가 사랑의 감정을 알고 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대체 뭘까?


우리가 서로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이었을지 단정지을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로 남을지 알 수 없다. 앞으로는 어떤 인연을 만나고 어떤 형태의 사랑을 할지 모르겠다. 사랑에는 정답지가 없고, 이정표도 없다. 벅차다가도 울적하며 속상함이 애틋함이 되기도 한다. 연락이 없을 땐 기다림에 지쳐 답답하고 쓸쓸하다가도 다정한 한마디에 감정이 넘쳐버린다. 함께여서 외롭고, 함께여서 행복하다. 해답이 없어 행복하고 슬프다.


아플지도 모를 감정에 모든 것을 내던지며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게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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