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인연에게 작별 인사를 건넬 때마다 어쩌면 변치 않고 내 옆에 있어 주길 바랐을지 모른다. 멀어진 우리 사이에 서로 잘 지내라는 말을 건넨다. 그럼에도 나 없이 행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이든 용서가 되는 사랑을 하고 나니 짙게 물든 기억이 되었고 삶에 흔적으로 남았다. 습관처럼 네가 있는 곳의 날씨를 본다. 무척이나 추운 날씨에 네 걱정을 하다 함께 바라 본 눈 내리는 겨울날이 떠오른다. 그렇게 계절의 절반이 지나간다.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운 이름에 또 한 번 흔들린다. 찰나의 고민에 진동이 멈출까 결국 전화를 받는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밥은 잘 먹는지, 추운데 감기는 안 걸렸는지, 고된 업무에 지치진 않았는지 걱정을 늘어놓다 눈물이 차올라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한 채 끊는다. 혹여나 보고싶다고 연락하면 받지 말라는 부탁을 남긴다. 기회가 되면 보자는 말에 그 언젠가에 편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 성급한 걱정을 한다. 보러와달라는 말에 냉정한 거절을 내뱉고 며칠을 후회하고 고민한다. 상황이 나았으면 달랐을까, 서로에게 기대가 적었다면 덜 힘들었을까, 조금 더 성숙하게 대처했으면 갈등 없이 해결할 수 있었을까. 만남과 작별을 반복하며 지친 새벽에, 흔적이 짙어 지우는 법을 몰라 소용없음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리움과 원망이 차오를까 싶어 나에게 집중하며 뭐라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간다.
아무 일도 아닌 듯이 잊는 건 어렵겠지만 잘 지내보려고 한다. 미워하다가 그립고 다시 미워지기를 반복한다. 나 없이 잘 지내진 않았으면 좋겠다.
미워하고 원망했지만 많은 사랑이 담긴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