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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Aug 13. 2021

수업 중 '씨발'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흔한 학교 수업 풍경

"아, 씨발."

"?????? 너 지금 나한테 한 말이니?"

"아닌데요."

"그럼 누구한테 한 말이야?"

"아무한테도 아닌데요. 그냥 혼잣말인데요."

"....... 일단 밖으로 나와."


  오랫동안 6학년을 맡으며 온갖 욕은 다 들어봤다. 다른 직업을 갖었다면 좀 덜 했을까. 공부 좀 한다는 녀석들도 선생님이 뒤돌아서면 욕을 랩처럼 읊어대는 것도 알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일환으로 '욕 하지 않기'를 수없이 가르쳐도 학교 밖을 벗어나면 온갖 상스러운 욕,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아이들 주변을 맴돈다. 

  아이들은 욕이 얼마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지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또래 친구들이나 언니 오빠들의 욕을 따라 하면서 소속감을 느낀다. 그들이 욕을 하는 건 인성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어리석기 때문이다.' 아직 어리고 몰라서 그렇다. 나도 중학생 때 그랬다. 학교에서 손꼽는 모범생이었음에도 '존나 싫어', '졸라 짱나'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곤 했다. 그땐 몰랐다. 그게 욕인지 조차.


  지금은 버젓이 교단에 서서 참 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내 동기들 조차 대학생일 때는 욕을 섞어가며 얘기했었다.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다던가, F학점을 맞아서 재수강을 한다던가 하는 그런 일탈을 안주거리로 삼아 킬킬댔다. 그랬던 우리가 다들 사회인이 되면서 조금 더 정갈한 단어, 격식 있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예전의 어리석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이들이 욕을 하는 건 어리석기 때문이다. 깨우치면 바로잡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면전에서 욕을 찍찍 내뱉는 애들의 입을 보면 화가 끓어오른다. 


"아까 그 말 정말 선생님한테 한 말 아니야?"

"네, 아니에요. 그냥 샤프심이 잘 안 나와서 한말이에요."

"진짜지?

"네."

"그래도 그런 말 하면 못써. 신사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면 품위가 떨어지지 않겠어?"

"네."


  욕을 하지 않겠다고 새끼손가락 걸고 꼭꼭 약속한다.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그래, 이제 들어가자."


잠시 교실을 비웠을 뿐인데 '미친 새끼야'라는 말이 쩌렁쩌렁 울린다. 


"누가 소리 질렀어?"

"쟤가 그랬어요."

"선생님, 저만 그런 거 아니에요. 쟤도 욕했어요."


  마치 도돌이표가 무한 반복되는 돌림노래를 부르듯 여러 가지 욕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런 욕을 들으면 머리에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다. 특히 패드립인가 뭔가 하는 저급한 용어가 난무하면 아이들이 순수한 마음이 더럽혀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 


  진심으로 욕을 들으면 부정적인 기운에 휩싸이는 것 같아서 정말 싫다. 특히 '핵 짜증나, 완전 싫어'라는 말을 듣는 게 너무 스트레스여서 많이 혼내고 타일렀다. 그 덕에 내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학급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한답시고 욕 근절 캠페인 하기, 욕 관련 교육영상 시청하기, 존댓말 쓰기, 존댓말 안 쓰면 벌점 받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학교 밖을 나서면 중학교 언니 오빠들과 어울리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하교 후 아이가 누구와 어울리는지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지 않는 이상 욕을 못하게 막는 게 가능한 걸까.


  그러던 어느 날 학부모의 전화를 받는다.


"선생님, 우리 애가 욕을 쓰더라고요. 전혀 몰랐어요. 원래 우리 애는 이런 애가 전혀 아니었는데... 주변 친구들도 욕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이런 문제를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학급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이런 전화를 받으면 나쁜 선생님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 아이들이 욕을 하면 가장 많이 스트레스받는 사람. 아이들의 미래를 가장 많이 걱정하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선생님들도 다 알고 있다. 우리 반 애들이 얼마나 욕을 쓰고 있는지. 


  '선생님이 너무 유학 게 대해서 그렇다. 선생님이 강하게 잡으면 된다'라고 몰아세운다면 그 또한 상처가 된다. 선생님은 방황하는 6학년 아이들에게 고민을 마음껏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이자 멘토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호랑이 선생님과 친구 같은 선생님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담임교사에게 이러한 비난은 열정을 사그라들게 한다. 



선생님도 욕이 싫다. 싫지만 변화를 향해 아이들을 안고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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