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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Aug 28. 2021

엄마가 백신 부작용으로 심장검사를 받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엄마의 병원행

1. 엄마는 항상 건강한 줄만 알았다.


  엄마는 나에게 우리 엄마인 동시에 베스트 프렌드다. 나는 거의 매일 엄마에게 전화한다. 효녀 콘셉트로 전화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엄마가 내 얘길 차분히 잘 들어준다. 비록 엄마의 구시대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이 내 맘에 상처를 낸 적도 있었지만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엄마, 나야. 별일 없지?"

"응~ 엄마 별일 없지."


  엄마는 항상 별일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아빠의 건강과 미래를 더 많이 걱정하곤 한다. 아빠는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다. 심지어 병원에 내원할 때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한다. 예를 들어 '병원 도착. ㅉ 사람이 많네-.', '병원 밥 먹는 중' 하면서 카톡에 사진을 업로드한다. 


  엄마는 자영업자다. 쉬는 날은 없다. 명절 당일에만 쉰다. 하루 9시간 이상 일한다. 10년 가까이 그렇게 일했다. 가족들이 이제는 제발 쉬는 날을 만들라고 말해도 엄마는 매일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문을 닫으면 단골손님이 떨어진다고 안된단다. 


  엄마 항상 가게에 출근하는 게 아니라 놀러 가는 거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자매에게는 꼭 공무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면 한 명이라도 매출을 올리고 퇴근하려고 밤 9시 넘게 손님을 기다렸다. 가게에 놀러 간다고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다. 

  







2. 엄마가 '아프다'는 말을 했다.


  동생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언니, 엄마가 아픈 것 같아. 가슴이 아프대. 요즘에 잘 때도 끙끙거리길래 그냥 몸살인 줄 알았어... 엄마가 아픈 건 다 내 탓이야."


  엄마는 좀처럼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엄마가 아프다고 하면 진짜 아픈 거다.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증상이 어떤데?"

"백신 맞고 사흘 뒤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몸에 힘이 없고 피곤해. 누우면 괜찮은데 일어서면 또 가슴이 답답해."


  백신을 맞고 사흘 째 지나 새긴 통증 백신과 관계없지 않을까.


"에이, 사흘 뒤에나 그런 증상이 있는 거면 백신 부작용은 아닌 것 같은데? 요즘 피곤해서 그런 거 아냐? 엄마 좀 쉬어. 내일은 출근하지 말고 쉬어."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백신 가슴통증'을 검색했다. 뉴스 1페이지에 '화이자를 맞은 30대 심근 겸 색으로 사망'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화이자를 맞고 닷새 뒤 답답한 느낌과 함께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가 호전되었고 갑자기 열흘만에 사망했단다. 가족들은 체한 줄로만 알았단다.


  순간 외할머니가 유방암으로 돌아가시기 전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외할머니를 닮았다. 외할머니는 낮에 농사를 짓고 밤에 삼베옷을 만들던 사람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밭을 매고 옷을 만들었다. 할머니의 등은 꼬부랑 굽어서 하늘조차 쳐다볼 수 없었다. 덕분에 이모와 외삼촌은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어찌할 줄 몰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얼마 후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긴급하게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엄마 가슴이 아프대.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지?"

"심장내과로 가야지. 동네병원엔 없을 거야. 대학병원에 가야 해."

"00대 병원 가면 되려나?"

"근데 거긴 상급병원이라 진료의뢰서가 필요할 거야.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가던가, 이차 병원으로 가야지."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상급 의료기관이라 진료의뢰서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만약 급하게 대학병원 진료를 보려면 응급실로 들어가야 한다. 


"당장 응급실로 가자고 하면 싫다고 하실 테고, 가까운 이차 병원이 어딨나 보자.. 00 병원 심혈관센터로 가면 되겠다. 근데 만약에 2주 뒤에나 예약할 수 있다고 하면 어쩌지? 당일 접수되려나."

"내일 아침에 전화해서 물어봐야지. 안되면 응급실로 들어가는 거고."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내일 심장검사받자. 그리고 걱정하지 마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로 간단하게 끝날 거야."

"그래? 약 먹으면 되는 거래?"


  침울하게 떨리던 엄마의 목소리가 낭랑해졌다. 엄마는 수술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던 게 분명하다.


"그럼 수술하는 줄 알았어? 에이,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내일 꼭 갈 거지?"

"가야지. 갈게!"

  

  이상하게 이만 보나 걸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3.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다.


  다행히 00 병원에서 당일 접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건 바로 '피검사'가 불가능하다는 것. 엄마가 아침밥을 드시는 바람에 피검사를 할 수 없게 됐다. 

(*혹시 백신을 맞고 심혈관센터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공복을 유지하길 바란다.)

 

  피검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한 '심근염, 심낭염' 발생 유무이다. 그러니까 미루지 말고 꼭 병원에 가야 한다. 


   엄마는 오전 중에 00 병원에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결과는 정상이었다. 단순한 백신 부작용으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았다고 한다. 


  나는 엄마의 심장이 정상이라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못 말리는 우리 엄마는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을 강행했다. 나는 출근하려는 엄마를 뜯어말렸다.


  "오늘 하루만 더 쉬면 안 돼?"

  "에이, 장사하는 사람이 그러면 안되지."

  "아빠가 있잖아. 먹고살만한데 그렇게 돈 벌어서 뭐하려고?"

  "뭐하긴... 다 너네들 잘되라고 그러는 거지."


  엄마는 그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 주말인 오늘도 가게 문을 열었다. 그렇게 추석 당일이 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겠지. 난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다.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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