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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Sep 11. 2021

교사가 추천하는 명절 선물 리스트

어떤 선물을 줘야할지 고민 고민하지마~!

1.  선물은 훗날 나의 큰 실수를 덮어주는 가림막이 된다.


오후 3시 연구실. 학년 부장님께서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난 재난지원금 대상자도 아닌데 카드회사에서 지원금 신청하라고 자꾸 메시지를 보내. 속 쓰리게 시리. 1차 재난지원금 받았을 때 기부하지 말고 그냥 꿀꺽할걸."


이때 신규 선생님이 문을 드르륵 열면서 연구실로 들어온다. 

"다들 명절 상여금 들어온 거 보셨어요?"


축 늘어져 계셨던 부장님이 금세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목소리에 활기가 솟는다.

"그으래??? 당장 확인해봐야겠어."


급여 내역을 확인한 부장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손자들한테 선물도 사주고 먹을 것도 넉넉히 살 수 있겠어. 다들 추석 계획이 어떻게 되나?"

"시댁에 가야죠. 그게 다예요."


매년 명절엔 시댁에만 갔다. 친정엄마의 배려였다. 엄마는 내가 힘들까 봐 명절날 친정에 오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30년 넘게 시집살이를 겪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명절을 지내면 항상 몸살을 앓았다. 그래서일까. 엄마는 나보고 휴일엔 무조건 푹 쉬고 마음 편히 지내라고 했다. 


다행히 나는 정말 쿨하고 좋은 시어머니를 만났다. 그래도 시댁은 시댁이다. 시댁 식구들이 친정식구처럼 편하지만은 않다. 일 년에 고작 두세 번 만나는 시누이들이지만 나는 나름 시누이들을 만날 때 긴장이 된다. 


이럴 땐 역시 '선물'이 최고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한 선물을 꾸준히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작은 선물들은 훗날 나의 큰 실수를 덮어주는 가림막이 되어 준다. 또한 나를 향한 원망과 서운함을 줄여준다. 이러한 이치를 더 빨리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은 멀어져 버린 사촌들에게 작은 선물조차 주지 않았던걸 무척 후회된다.


 


한편 너무 비싼 선물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싸구려 선물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래서 '적당한 명절 선물'을 고르는 게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시누이에게 직접 선물을 주는 대신, 조카들에게 선물을 주기로 결정했다. 







2.  초등학교 저학년 조카를 위한 선물

 

 초등학생에게는 학년을 불문하고 닌텐도, 휴대폰, 게임 현질을 할 수 있는 구글 상품권이 가장 인기 있다. 그러나 이런 선물은 부모의 심기를 언짢게 하기도 한다. 

 그다음으로 인기 있는 품목은 운동화, 외투, 가방이다. 그런데 조카의 취향이나 정확한 신체사이즈를 모르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가장 무난한 것은 바로 학용품이다. 이제 막 1학년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다면 필통, 연필과 지우개, 색연필, 사인펜, 안전가위, 풀, 바인더, 물병, 물병 가방, 연습장 등을 선물꾸러미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추석 때쯤 되면 이런 소소한 준비물은 모두 다 준비되어 있을 거다. 이럴 땐 '전동 연필깎이'를 선물하는 게 제격이다. 내 돈 주고 사긴 아깝지만 남이 선물해주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또 선물하기 괜찮은 물건은 바로 책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한자 쓰기 책', '영어 문장 쓰기 책', '맞춤법 쓰기 책'을 선물한다면 이를 마다할 학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좀 더 센스 있는 선물을 고려하고 있다면 성능이 좋은 헤드셋 마이크를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 사실 나도 교사이지만 괜히 비싼 헤드셋을 사는 건 낭비처럼 느껴져서 저렴한 헤드셋만 사용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결국엔 좋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으로 바꾸게 되더라. 비록 지금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전면 등교를 하고 있지만 급작스럽게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학원에서 줌 수업을 할 때도 있고, 화상영어를 할 때 고성능 헤드셋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특히 영어시간에 학생의 마이크 성능이 떨어지면 발음을 정확하게 교정해 줄 수 없다. 헤드셋과 마이크에 아끼지 말고 투자해야 한다)






3.  초등학교 고학년 및 중학생 조카를 위한 선물

  

  사춘기 아이들은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하다. 그리고 유행에 민감하다. 초등학교 3학년 교실만 가도 알록달록한 머리띠를 한 아이들을 볼 수 있지만 6학년 교실에 들어가면 다들 검은 옷만 입고 있어서 가오나시가 떠오른다. 그래서 함부로 옷이나 운동화를 선물하기 꺼려진다. 

  가장 좋은 선물은 바로 '현금'이겠지만... 이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산다면 부모의 마음에 천불이 날게 뻔하다. 만약 부모가 아이가 받은 현금을 그대로 저금통에 넣어버리면 선물의 의미가 무색하게 된다. 

  그래서 사춘기 청소년들을 위해 추천하는 선물은 바로 '편의점 상품권'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항상 배가 고프다. 친구들끼리 삼사오오 모여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는 게 유일한 낙인 애들이다. 상품권을 주면서 '친한 친구들에게 통 크게 맛있는 간식을 사주라고' 한다면 조카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4.  대학생 조카를 위한 선물


  대학생 조카에게는 성별에 따라 다른 종류의 선물을 주어야 한다. 

  여자 대학생의 경우에는 명품 색조 화장품을 주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물론 10년 넘게 화장해온 내 입장에서는 브랜드 네임보다는 화장품 성분을 더 중요하게 보지만 이제 막 화장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은 명품 화장품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나도 한 번쯤은 샤넬, 입생 로랑, 바비 브라운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싶다. 어떤지 궁금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빈털터리 가난한 대학생 입장에서는 돈이 있어도 명품 화장품을 쉽사리 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대학생이 된 조카를 위해 샤* 복숭아 베이스와 입생 *랑 립스틱을 주문했다. 한 가지 팁은 선물을 주면서 '눈이 정말 예쁘다, 피부가 정말 곱다, 동기들에게 인기가 많겠다.'와 같은 칭찬을 듬뿍해주는 것이다. 예쁘다는 말은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게 만드는 마법의 힘이 있다^^


  남자 대학생의 경우에는 전자제품이 최고다. 예를 들어 그립감이 좋은 마우스, 타자감이 좋은 무선 키보드, 무선 이어폰, 음량이 좋은 스피커가 있다. 가격이 좀 나가는 단점이 있지만 한번 크게 선물해주면 두고두고 고마워할 것을 확신한다. 







5. 이외 성인을 위한 선물


  성인들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음식'을 선물하는 게 가장 보편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명절에 어떤 선물을 줘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일 년에 딱 두 번만(설, 추석) 선물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왕 선물을 줄 거 라면 그 품목이 무엇이든 값비싼 게 좋다. 괜히 저렴한 가격대의 선물을 보냈다가 욕만 얻어먹는 상황은 지극히 흔하게 일어난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무슨 선물을 줘야할지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있다면 차라리 예산을 늘려서 아무거나 사는게 낫다. 

  그러나 내 생각엔 너무 비싸지 않은 음식을 연중 3~4번에 걸쳐 선물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자주 보내는 선물은 값싸도 괜찮다. 다만 특별한 날도 아닌데 선물을 보내는 첫 시도가 어려운 것 같다. 매일매일 바쁘고 힘든데 선물을 챙길 시간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결국 작은 선물들은 훗날 나의 큰 실수를 덮어주는 가림막이 되어 준다. 또한 나를 향한 원망과 서운함을 줄여준다. 



  올해는 망쳤지만^^ 내년부터라도 나의 가족 및 동료들에게 소소한 선물을 보내보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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