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선 사회의 축소판이다. 어른들 생각에는 성적만 좋으면 학교생활이 술술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요인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1. 피구공이 서열을 결정한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놀이 1위는 단연코 '피구'일 것이다. 축구가 더 좋다고 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남녀를 가리지 않고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놀이는 피구다! 개인적으로 친구에게 공을 던져서 신체적으로 타격을 주는 놀이는 그다지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되도록 피구는 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편인데도,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피구를 사랑한다. 해가 쨍쨍해도 피구를 하고, 비가 와도 피구를 하고, 눈이 와도 피구를 한다. 아마 초등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이라면 무조건 공감할 이야기일 것이다.
아이들이 피구를 좋아하는 만큼, 피구공이 주는 권력은 막강하다! 말랑한 고무피구공을 마치 야구공처럼 던지는 괴력의 아이들은 자신감 넘치는 전사가 된다. 반대로 공을 잘 피한 최후의 생존자는 어느새 영웅이 된다.
누군가 나에게 초등학교 학교 생활에 관한 팁을 묻는다면, "피구 스킬을 배워라"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공을 잘 던지고, 받는 능력은 체력과 크게 관련이 없다. 적절한 스킬을 섭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을 던질 땐 디딤발을 단단히 디디고 상대를 향해 한 손으로 힘있게 던져야 한다. 공을 받을 땐 무게 중심을 낮추고 공을 품듯이 받아야 한다. 상상이 안 가더라도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피구만 잘해도 학교 생활 만족도가 10% 아니, 100%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2. 마음이 담긴 그림은 내성적인 아이도 빛나게 한다.
움직임이 둔감하고 소심한 아이에게는 그림만큼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없다. 혼자 공책에 캐릭터를 쓱쓱 그리고 있으면 관심 있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한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때 친구의 얼굴을 귀엽게 캐릭터화하여 그려주면 너도나도 팔짝팔짝 뛰며 좋아한다.
너무너무 소심해서 친구에게 말을 잘 못 건네는 아이가 있다면, 그림을 활용해 친구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겠다.
3. 게임 체인저! 춤 하나로 일약 스타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춤을 잘 추는 애들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일부 학부모님들은 방송 댄스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방과 후 방송 댄스 정도는 즐거운 활력소가 된다. 이건 여자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자아이들에게도 해당된다. 남자아이가 걸그룹 춤을 추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어른들만의 고정관념인 것 같다.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추는 걸 좋아한다. 점심시간마다 음악을 틀어놓고 남녀 가릴 것없이 함께 춤을 추는 걸 보면,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활짝 열려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엄청 소심해서 발표도 잘 못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학예회에 망토를 두르고 나타나 [노라조-슈퍼맨] 음악에 맞춰 춤을 춰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사랑스럽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4.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리더 자리를 쟁취한다.
노래 한 곡 잘 불러서 반장이 되는 경우를 정말 수도 없이 많이 봤다. 그 아이가 노래를 잘하건, 못하건 아무 상관없다.(동요 말고 가요나 트로트가 좋다) 당당히 노래를 부르는 용기는 모두의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심지어 전교 회장선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아이들은 왜 저런 일회성 퍼포먼스에 마음을 뺏길까? 내 결론은 단순하다. 아이들은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후보자보다는, 단 한 번이라도 용기를 내어 창피함을 무릅쓰는 사람이 학교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나의 학교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른이 되면 기억이 희미해지나보다.
학교 공부, 참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작은 치트키 하나 정도는 알려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