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네 나이로 세 살이 되는 2020년은, 스마트폰이라는 걸로 사람들과 연락을 하고 있단다. 전화라는 수단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하고, 영상으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안부를 전할 수도 있지. 하지만 사람들이 주로 연락하는 방식은 문자를 보내는 것일 거야. 아빠만 해도 하루에 전화를 한 번도 걸지 않는 날이 더러 있지만, 문자는 매일같이 보내고 있거든. 아무래도 빠르고, 간편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영상통화는 주로 너의 얼굴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보여드릴 때 걸곤 하는데, 너는 자그마한 화면 속에 네 얼굴이 나왔다가, 할아버지 얼굴도 보였다가, 또 할머니 얼굴도 보이는 게 신기한지 곧잘 까르르 하고 웃어준단다. 영상 속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안아주겠다며 스마트폰을 꼬옥 끌어안기도 하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는 화면이 갑자기 까맣게 변한 것뿐일 테지만, 분명히 너의 마음은 충분히 전달됐을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네가 안아준다고 할 때, 아이처럼 해맑게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시는 걸 테지.
네가 스무 살이 되어 이 편지를 읽을 때 즈음이면, 사람들끼리 서로 연락하는 방법이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아빠는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아마도 이런 건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보다도 더 쉽고, 가볍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을 것 같구나. 서로의 시간을 맞춰야 하는 전화 같은 수단보다, 어느 한쪽이 마음먹었을 때 바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문자 같은 수단이 더 자주 사용되는 것처럼 말이야.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도 쉽게, 그리고 속도도 빨라지게 되더라.
하지만 말이야.
아빠는 네가 문자같이 쉽고 빠르게 마음을 전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조금은 느리고 번거롭지만 마음을 더 잘 담아서 전할 수 있는 전화 같은 수단도 어색해하지 않고 애용하길 바란다.
분명 문자는 서로 시간을 맞출 필요 없이, 내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보낼 수 있지. 그래서 내 마음을 빠르게 전할 수 있어. 하지만 상대방이 받게 되는 문자에는, 네가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의 마음을 충분히 담아낼 수가 없을 거란다. 네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꼬옥 안아주고 싶다는 그 느낌을, 문자로 보냈을 때는 상대방은 제대로 느끼지 못할 거야.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땐, 조금 느리더라도 마음을 가득 담았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걸 나무에 묶어 놔
내가 틀림없이 널 찾으러 갈게
아빠가 예전에 TV에서 보던, 과거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느 드라마 속 남녀는, 소식을 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로의 손목에 끈을 하나씩 묶더구나.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손목의 끈을 미리 정해놓은 나무에 묶어두고 약속한 장소에 가서 기다리면, 나무에 묶인 끈을 확인한 다른 이는 약속한 장소로 찾아간다는 방법이지.
실제로 옛날 그 시절에는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바로 통화를 하면서, 지금 뭐하냐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거야. 서로의 소식을 전하기가 저리 불편해서야 과연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었을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이지 않니?
하지만 저 두 사람은 서로 자주 못 만난다고 해도 매일같이 서로를 생각했을 거야.
아마 하루에도 몇 번씩 약속한 나무 앞을 지나가면서, 지금 나를 찾고 있는 건 아닌지 하고 끈을 확인했을 거야.
전할 말이 있어서 나무에 끈을 묶어 두고 약속한 장소에서 기다리면서도, 상대가 빨리 오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 않았을 거야. 상대가 언제 끈이 묶인 걸 확인할지 알 수 없기에 오히려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겠지. 언제고 분명히 나무에 묶인 끈을 확인하고 날 찾으러 올 거라 믿고 기다렸을 게야.
또, 나무에 끈이 묶여 있지 않더라도 실망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았을 거야.
그건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다거나 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에게 아무 일이 없다는 의미일 테니 말이야.
아마도 스무 살이 된 네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빠가 살고 있는 지금보다도 더 빠르고 쉽게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도 훨씬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겠지.
끈을 묶기 위해 나무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지 않고도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의 목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고, 혹여나 지금 날 찾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같이 끈이 묶였는지 확인하러 가지 않아도 부재중 통화나 문자를 확인하는데 1초도 채 걸리지 않는 요즘보다도 말이야.
그렇게 쉽고 빠르게 마음이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어쩌면 상대방의 답이 빨리 오지 않음에 금세 실망하고 외로워 할 수도 있을 거다. '왜 답장이 안 오지?' 하면서 말이야. 어쩌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속도가 빨라진 만큼, 기다릴 수 있는 여유도 함께 사라진 걸 수도 있겠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사람들끼리 더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은 더 크게 느끼는 걸지 모르겠다.
소중하게 담은 마음이 전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네가 혼자 원하는 그 순간에 일방으로 마음을 전해서 상대에게 닿기를 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대가 날 떠올리는 그 순간이, 바로 내 마음이 상대에게 닿는 순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나무에 끈을 묶어 놓고, 내 마음이 상대에게 닿기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너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롯이 마음을 담아 잘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