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는 것에 대하여
아이가 커서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누군가를 데려오면 어떨 것 같아요?
네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가끔씩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듯 건네는 짓궂은 농담이지만, 사실 언젠가는 실제로 다가올 일이기에 가만히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는 분명 너도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게 될 거고, 항상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할 테고, 곁에 있지 않을 때는 그 사람을 그리워하리라. 어찌 그리 앞날을 확신할 수 있느냐고 네가 지금 당장 묻더라도 마땅한 대답을 나는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약속까지는 모르더라도 분명 너의 마음속에 누군가가 채워지는 그 순간은 다가오리라. 아니 부모의 마음으로 네가 꼭 그러했으면 좋겠다. 이건 부모로서 너에게 기대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잠든 너의 모습을 보며 쉬이 상상하긴 어렵지만, 분명 다가올 그 순간에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은 체 행복에 흠뻑 겨운 너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떤 응원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언젠가 그리움에 밤을 지새울지 모를 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너에게 전해주고픈 마음을 헤아려본다.
오롯이 한 사람으로 너의 마음을 가득 채우길, 그리고 그렇게 채운 온 마음을 다 전하길 바란다.
혹시나 그 사람의 마음속에는 네가 가득 채워있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나만 혼자 가득 담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의 빈 공간을 남겨두지 않길 바란다. 행여나 내가 전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상대로부터 받지 못할까 하는 염려에 적당히 마음을 덜어서 전하지 않길 바란다. 그렇게 딱 받을 만큼만 주는 게 상처 받지 않는 것이란 믿음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필시 눈물짓는 날도 있으리라. 마음에 담은 사람과 기대한 결실을 맺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가득 채운 그 마음을 다시 비워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가득 채운 마음의 크기만큼, 오롯이 모두 전한 그 크기만큼, 다시 채우기까지 많은 날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가 그러했으면 좋겠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노희경 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中>
나는 네가 사랑 때문에 죽을 만큼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 행복이 영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설사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 그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시절의 어린 마음이었노라 여기게 되더라도 가득 채웠던 그 마음이, 이 세상에 오직 두 사람밖에 없는 것 같던, 그래서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시절을 꼭 경험하길 바란다.
사랑은 오로지 제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제 자신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
사랑은 다만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뿐, 소유하지도 소유당하지도 않는 것이다.
흔히 '신은 내 마음속에 계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대들이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렇게 말하지 말라.
그보다는 '나는 신의 마음속에 있다.'라고 말해야 한다.
결코 그대들 자신이 사랑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지 말라.
그대들 스스로 가치 있음을 알게 된다면 사랑이 그대들에게 길을 가르쳐줄 것이다.
칼릴 지브란 作 <예언자 中 사랑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