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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매일 쓰기

마룻바닥을 쓸고 닦자.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나는 마룻바닥이 부럽다. 내가 매일 쓸고 닦아주니깐.
마룻바닥은 겨울은 따뜻해서 좋고 여름엔 시원해서 좋다.
그래서 내가 매일 쓸고 닦아 가며 공을 들이나 보다.

외출하고 돌아와 힘들 때 가만히 몸을 뉘어도 마룻바닥은 조용히 있는다.
아마 편히 쉬라며 내 온몸을 받쳐 주는가 보다.
마룻바닥은 쓸고 닦지 않으면 금세 또 지저분해진다.
하지만 쓰레기를 잔뜩 흘러 버려두어도 절대 잔소리하는 법이 없다.

'쿵쿵쿵' 소리를 내어 걸어도 물건을 '질질질' 끌며 옮겨도 그저 묵묵히 참을 뿐이다. 퍽이나 요란해서 발딱 일어나 나앉아도 성에 안 찰 노릇인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묵묵부답이다. 참 생각이 깊다.

나는 마룻바닥을 닮고 싶다. 우리 아이 힘들 때 편히 몸을 뉘이고 절대 잔소리하는 법이 없는 마룻바닥을 닮고 싶다.

더 좋은 건 입이 무거워 더 좋다. 커피 한잔 하며 옆집 아줌마와 주저리주저리,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뒷담화를 까도 절대 누구에게 알려지는 법이 없다.

어라, 사람이든 물건이든 살그머니 엿보아 보니 대단한 실력자들일수록 이 입이 방정맞으면 안 되겠네.
마룻바닥이야 입이 있기를 하나 눈이 있기를 하나.

자, 이제부터 매끈매끈 반질반질 마룻바닥을 함께 쓸고 닦아보자. 내년 다가올 새해에게 먼지 한 올 없이 대단한 실력임을 쿠당당 쿠당당 신바람 나게 알려야 한다.

마룻바닥에 떡 자리 잡고 앉아 내년엔 팔자에 없는 시건방을 마음껏 떨어 본다.
어이쿠, 실력 탄로 날라. 마룻바닥은 단박에 알아채겠네. 그럼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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