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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착한 마녀한테 선물을 받았어요.
세 가지 물병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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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하는 토끼
Mar 1. 2023
나는 마음씨 착한 마녀를 알고 있다. 나랑 좀 친해 종종 만나기도 한다. 마음씨 착한 마녀는 가끔 나에게 선물을 주고 가곤 했다.
가령, 예를 들어 공룡발바닥 이라든지 개콧구멍 같은 것들이다.
그냥
주면 서운해할까 봐 고마워하며 받기는 하지만 나에게 주로 쓸모없는 것들이라 항상 찬밥 신세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어 집 안 곳곳 쌓아 놓는다.
그래서 이만저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처치곤란이라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터진다.
사람주제에 마녀한테 맞짱 뜰 수도 없고. 내 원 참.
어느 날 하루는 마녀가 나를 찾아왔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안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자꾸 나이가 먹어서요. 흰머리도 생기고 주름도 늘고 눈가도 많이 쳐져 우울해서요."
나는 이곳저곳
내 모습을 가리키며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마녀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무슨 좋은 수가 생각났는지 잠깐 기다려 보라며 쌩하고 사라졌다.
사라진 마녀가 다시 나타나기를 나는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착한 마녀는 무슨 영문인지 며칠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착한 마녀한테 바란게 잘못이지'
하고 체념하는 마음으로 이내 잊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이주 뒤, 사라졌던 착한 마녀가 나를 다시 찾아왔다.
"내가 좀 늦었지요? 약초 하나가 부족해서 멀리까지 갔다 오느라 늦었어요. 혹시 화났나요?"
뽀롱 통해 하고 있는 나를 본 착한 마녀는 나를 살피며 지그시 물어보았다.
'약초를 찾으러 다녔다고?'
나는 화색을 띠며 마녀에게 손을 내저으며 무슨 그런 말이
어딨냐는
듯 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착한 마녀의
얼굴은 안심한 얼굴로 편안해졌다.
그리고 나에게 조그만 물병 세 개를 주었다.
물병에는 아주 예쁜 색깔의 젤리 같은 모양의 액체가 들어 있었다.
마녀는 나에게 하나씩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핑크빛 물병입이다. 한 모금 마시면 하루종일 햇빛을 쬐고 온 사람처럼 볼이 발그레 해지고 두 모금 마시면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되고 세 모금 마시면 우울감이 싹 가시는 효염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샛노란 물병입니다. 한 모금 마시면 얼굴의 잔주름이 사라지고 두 모금 마시면 살이 빠지고 세 모금 마시면 원하는 얼굴로 고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보랏빛 물병입니다. 한 모금 마시면
새치가
흑색으로 변하고 두 모금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며 기억력이 되살아 납니다. 세 모금 마시게 되면 치매를 예방하고 이미 걸렸다면 치유가 가능해집니다."
하며 나에게 세 가지 물병을 소개해 주었다.
나는 반짝반짝 영롱한 빛깔의 물병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이 중에서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할까? 그러면 어떤 걸 골라야 하지? 아니면 나하고 거래를 하자고 하려나? 다 갖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제일 아끼는 걸 내놓아야 할까?'
나는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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