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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물병이 꼭 필요한 이유 세 가지.

세 가지 물병 - 5편

by 글쓰기 하는 토끼


착한 마녀님께.


<'첫 번째는 핑크빛 물병입이다. 한 모금 마시면 하루종일 햇빛을 쬐고 온 사람처럼 볼이 발그레 해지고 두 모금 마시면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되고 세 모금 마시면 우울감이 싹 가시는 효염이 있습니다.'>


착한 마녀님, 혹시 학부모 총회라고 아세요? 아이들 새 학기가 되면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들 불러 놓고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거예요.

이게 또 은근 신경 쓰이거든요.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상담도 줄줄이 잡혀 있고요. 애들 적응기간 동안 온갖 짜증 다 받아 주어야 합니다.

하루종일 가시방석에 애들 눈치 보기 바쁘답니다. 3월 한 달 잘 적응하면 왠지 1년이 편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남편, 애들 다 보내 놓고 나면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 당최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고, 밖에 나가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 눈곱만치도 들지 않아요. 이거 이거 우울증 맞는 거죠?


얼굴에 생기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고요. 사람들이 저만 보면 어디 아프냐고 묻기까지 한답니다.

무뚝뚝한 얼굴 표정에 가끔 화가 난 줄 알아요.


그래서 오늘은 저의 취미인 집 안 환경 미화도 새롭게 했어요. 책장을 모조리 비워 책도 정리하고 창가 쪽 물건도 모두 치워 햇빛이 잘 들도록 했습니다. 차를 마실 수 있게 의자와 탁자도 가져다 놨어요.

의자에 앉아 보니 햇빛이 잘 들고 따뜻해서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하지만 우울감은 가시지 않아 하루종일 오도카니 멍하니 있었어요.


저 이거 핑크빛 물병 꼭 필요한 사람 맞죠? 우울감을 없애려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운동도 다니고 사람들도 만나고 쇼핑도 합니다. 책도 보고 드라마도 봐요. 근데 모조리 재미라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뭘 해야 볼이 발그레해지며 얼굴에 웃음을 머금게 되고 우울감이 사라질까요?

저뿐만 아니라 이 핑크빛 물병은 제가 아는 엄마들한테 골고루 다 나눠 주고 싶은 맘 굴뚝같습니다.

살림에 종일 시달려 재미라고는 1도 없는 우리 엄마들과 나눠 갖고 잠깐이라도 행복한 마음과 미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마녀님, 마녀님도 우울할 때가 있나요? 우울할 때 빗자루 타고 저 높이 하늘을 맘껏 날아다니시나요? 그러면 기분이 나아지시나요?

빗자루가 있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어디든 가실 수 있잖아요. 빗자루 뒷좌석이 남는다면 딱 한 번만이라도 태워 주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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