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보낸 지 수월찮게 시간이 흘렸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어 간청하기 위해 펜을 들었습니다.
착한 마녀님 저는 보랏빛 물병이 꼭 필요합니다. 몇 달 전 저는 2호의 수영등록을 위해 새벽에 나가 줄 서 선착순 접수에 성공했어요.
재접수만 잘하면 1년 동안 다닐 수 있답니다. 가격도 이만 삼천 원으로 저렴하답니다. 근데 제가 깜박하고 재접수 기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한파경보 있던 날 새벽, 다시 나가 선착순 접수를 했지 뭐예요. 얼마나 춥던지. 저를 한참이나 원망했습니다.
요즘은 어떠한 것도 생각나지 않아 글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당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영감은 고사하고 새하얀 백지장 같은 상태입니다.
책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저의 글쓰기는 좋아지지가 않습니다. 책을 보면 볼수록 나는 왜 저렇게 못 쓸까? 하는 생각뿐이랍니다.
샌드맨이란 미드 중 어느 작가가 자신의 영감을 위해 여신을 가두고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신은 그 작가에게 제발 풀어 달라 애원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럴 수 없다며 단박에 거절해 버립니다. 출판사로부터 계약금을 받았고 책을 넘기기로 한 날은 이미 한참이 지난 뒤였어요.
저는 그 작가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독촉전화에 시달리지만 머리를 아무리 쥐어뜯어도 떠오르는 것 없는 그 심정을 말이에요. 저 같아도 여신이건 뭐 건 붙들 수 있는 건 아무거라도 붙들고 제발 살려 달라 애원했을 것 같습니다.
구병모 장편소설 위저드베이커리를 읽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쯤 그렇게 쓸 수 있을까요. 오기나 할까요?
1호가 다시 입원을 해 생각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여기는 간병인들이 참 많습니다. 코로나로 가족이 간호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한번 병원에 들어오면 퇴원할 때까지 나가지 못합니다. 중간에 나가면 6만 원의 비용을 내고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병실 안 면회도 당연히 안되고요. 그러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분들은 간병인을 쓸 수밖에요.
내 몸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내어 주는 일도 힘들뿐더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분의 병치레를 봐주는 일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힘든 일로 보입니다.
식사시간 병원 배선대에 모여 계신 간병인 분들은 왜 이리 외로워 보일까요? 60대 이상 돼 보이시는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