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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추어탕을 알어?

by 글쓰기 하는 토끼


요즘은 그렇게 인심 후한 식당이 잘 없다. 예전처럼 반찬이 많기를 하나 달라면 군소리 없이 척척 내주길 하나. 더구나 1인 1식이라 한 사람당 1인분의 음식을 꼭 주문해야 한다.

여러 종류의 밑반찬도 없으면서 생색내는 꼴이라니.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비싸기는 왜 이렇게 비싼지. 물가가 암만 올랐다고는 하나 주머니사정 생각하면 외식도 한번 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퇴원한 1호를 데리고 몸 보신 시켜 줄 겸 추어탕 집에 왔다. 아이들 어릴 적 자주 왔던 곳이다. 요즘은 뜸한 곳이었다.

추어 튀김과 추어탕을 시키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어른 둘에 아이 하나라 추어탕 두 그릇에 튀김을 시켜도 뭐라 하지 않았다. 오며 가며 보시더니 "밥 하나 더 드릴까요?" 하신다. 그곳은 어릿 굴젓이 함께 나오는 곳이라 밥이랑 비벼 먹기 좋아 밥 한 공기로는 부족해 가끔 남편이랑 둘이 식사할 때는 밥 하나를 더 추가할 때가 많았다.

남편은 감사함을 표하며 밥 한 공기를 더 추가했다.


학교에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고 온 1호는 그날로 추어탕이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김첨지가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세 그릇이나 먹었다며 그 맛이 정말 궁금하다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애들 어릴 때 많이 데리고 다니며 좋은 거 먹인다고 먹어 본 적은 있지만 스스로 맛이 있다 없다를 판단할 나이에 와서 먹여 본 건 처음이었다. 추어 튀김까지는 어찌어찌 먹었는데, 추어탕은 몇 숟가락 먹고는 못 먹겠는지 몇 번 먹고는 그만 먹었다.

아니, 김첨지가 보고 혀를 끌끌 찰 노릇이 아니던가. 이놈! 하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호통을 칠 것 같은 모양새다. 우리는 서둘러 식당을 빠져나왔다.


사실 나는 추어탕을 좋아한다. 우리 집에 추어탕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일 게다.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시간이 되실 때 미꾸라지를 잡으러 다니셨다. 잡은 미꾸라지는 장에 내다 팔고 남은 미꾸라지는 집으로 가져와 요리를 해 먹었다.

난 어릴 땐 미꾸라지를 먹지 않았다. 큰 드럼통에 한가득 들어 있는 미꾸라지들은 뜨거운 불 속에서 미친 듯이 요동을 쳤다. 뚜껑이 들썩일 정도로 아주 요란했다. 잠시 후 뚜껑 속 미꾸라지들이 잠잠해지면 어머니는 뚜껑을 열고 양념을 한 뒤 더 푹 고았다.

난 먹지 않았기에 그 맛이 어떠했는지 잘 모른다. 혹시 속아 한 두 번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학교 갔다 온 뒤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날이었다. 메뉴는 소고기였다. 고기는 정말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어디 정육점에서 샀길래 이렇게 맛있어요?"

하고 물으니 가족들 모두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 말이 없다. 나는 그때 눈치를 챘었어야 했다. 그것이 개고기였다는 것을.

개를 상전 모시 듯하는 요즘 세상엔 기가 찰 노릇이지만 그때는 집에서도 개고기를 해 먹었다. 알고는 못 먹을 음식이다.


나는 수녀님들이 재단으로 있는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노인 청각 장애인 생활시설이었다. 그곳은 염소도 키우고 닭, 오리, 개를 키웠다. 정성으로 키워 나중엔 잡아먹었다. 봄엔 염소를 잡아 약으로 내려 어르신 몸보신을 해 드렸고, 가을엔 개를 때려잡아 몸보신을 해 드렸다.

원장 수녀님은 몸이 허하다 싶음 개고기를 가끔 해 드셨다. 예전 몸이 많이 안 좋을 때 아주 좋은 보신탕 한 그릇을 먹고 난 뒤 눈이 번쩍 뜨인 이후로 종종 드시는 듯싶었다. 아주 고단백이라면서.

요즘이야 어디 먹을 게 없어 이런 음식을 찾을까 널린 게 음식인데.


하지만 그 많고 많은 음식 중 몸에 좋은 음식 찾기도 구하기도 힘든 세상이니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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