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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Jan 18. 2024

한 삼백 년은 지난 것 같은데

  방학을 했다. 장작 두 달이다. 난 집 안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곧 이내 '오늘도 청소는 글렀군'라고 생각했다.

  1호 방을 들어먼지가 방바닥을 굴러 다녔다. 나는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이 행동했다. 여기저기 옷가지며 물건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지만  본 척 나와 버렸다.

  새벽에 일어나 알바를 다녀오면 아이들 공부며 점심 등 준비하기 바쁘고 돌아서면 저녁을 준비해야 했다. 방학한 지  이제 일주일 지났지만 한 삼백 년은 지난 느낌이다. 내 시간은 있을 수도 커피 한잔 마시기도 버겁다.


  중2 올라가는 아들 녀석은 사춘기가 와서 감정기복이 오르락내리락 비위 맞추다 내가 먼저 저세상 갈 것 같고, 심지어 학원도 오후에만 잠깐 갔다 왔다. 때문에 오전 내 눈 마주치며 함께 있어야 했다.


  '흠.. 나도 종합반에 좀 보내 볼까? 토요일도 수업해 주고 빡세게 가르친다는데.'


  나는 사실 학원을 선호하지 않아 보내더라도 공부방 위주의 소규모 학원을 보냈다. 주로 인강을 이용해 공부를 시키고 있었다.


  "1호야, 너 종합반 다녀볼래?"

  "아니요."

  "왜? 한 번도 안 해봤잖아. 방학 때 한번 다녀보자. 네 친구들 거기 다 다닌다는데. 너 좋아한다는 그 여자애 걔도 거기 다닌다더라. 주말에도 특강 해주고 괜찮다던데? 지금 자리 없을지도 몰라. 알아볼까?"

  "싫어요."


  아.. 망했다. 이제 앞으로 오백 년은 더 같이 있어야 하는데 우짜지. 그럼 청소도 오백 년 동안 안 해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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