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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Oct 27. 2022

여러분!! 포켓몬 빵을 아시나요?

   

 '따르르릉~~~ 따르르릉~~'

오전 6시 알람이 울린다. 자명종 시계라 꽤 시끄럽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다. 아들이 벌떡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잠옷바람으로 모자를 뒤집어쓰고 얇은 점퍼만 하나 입고 나가려는 것을 나는 붙든다.

  "엄마, 얼른 편의점 가서 포켓몬빵 사 올게요"

  "아침이라 춥다. 옷 갈아입고 가"

  "괜찮아요"

  "너 감기 걸리면 엄마만 고생이야. 따뜻하게 입고 가라"

나는 옷 문제로 아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시간이 훌쩍 흐른다. 나도 아이도 서로 고집을 꺽지 않는다. 결국 아이는 울고 만다.

  "쾅" 하며 방문이 닫힌다.


  사실 포켓몬 빵을 H군은 일주일 전부터 사기 위해 많은 애를 썼으나 구하지 못했다. 그 빵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며, 친구들에게 유행에 민감하지 못하다고 한 소리를 들은 모양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어제 H군은 어디서 무슨 정보를 듣고 왔는지, 내일 아침에 알람을 맞춰놓고 그 빵을 사러 가겠노라 나에게 미리 말을 했었다. 그런데 이 사달이 난 것이다. 나는 다시 H군에게 편의점에 갔다 오라고 말했다.

   "지금 가면 이미 없어요"

   "그래도 한번 가봐"

H군은 다시 일어나 나간다. 나는 나가는 뒤통수를 보며,

   '이놈아, 공부를 좀 이렇게 해보란 말이다' 하고 속으로만 말한다.


  결국,  H군은 포켓몬빵을 사지 못했다. 그날 오전 나는 몇 가지 볼일을 본 후 근처 편의점을 몇 군데 가보았다.

  "사장님, 포켓몬빵 있어요?"

  "없어요.....!! 요즘 대체 어른이고 애건 할 거 없이 찾아 저도 아주 죽겠어요.. 발주도 넣고 싶지 않아요.. 하루에 2~3개 밖에 안 들어오는데 어린 학생들이 찾아와 불쌍하고 안쓰러워요....!!"

오히려 사장님이 나를 붙잡고 하소연하신다. 나는 알겠다며 나온다. 집 앞 편의점에 가 보았다.

  "사장님 포켓몬빵 있어요?"

  "없는데요"

  "언제 오면 살 수 있나요?"

  "오후 7시에 차가 오는데 오늘은 한 개 밖에 안 들어와요"

  "먼저 예약하고 선금 내고 가면 안 될까요?"

  "선착순이라 안되세요"

나는 알겠다며 나왔다.


  나는 단단히 벼르고 있다가 4시 30분에 집 앞 편의점으로 갔다.

  "포켓몬빵 사러 왔는데요... 혹시 제 앞에 먼저 온 사람 있나요?"

  "아니요... 없는데요...!!"

  "사장님, 가게 앞에서 기다릴게요.. 제가 1번입니다." 사장님에게 재차 확인을 받은 후 밖에 나와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렸다. 얼마 후 남편이 와서 보더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러곤 편의점에 들어가 커피를 하나 사서 던져 주고는 쌩 하고 가버렸다. '이런, 됀장'.


  여기 편의점은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와 가까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엄마와 아기가 오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도 많이 왔다. 자전거를 타고 한 아이가 왔다.

  "아줌마, 혹시 포켓몬빵 살려고 기다리시는 거예요?"

  "응, 그런데 오늘은 한 개 밖에 안 들어 온대.. 혹시 너도 살려고 기다리는 거면 아줌마가 1번이라 포기하고 집에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한 5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아쉬워하며, 나에게 요 밑에 있는 땡땡 마트와 GS땡땡 편의점에서도 빵을 판다는 고급 정보를 나에게 흘리고는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가버렸다.


  2년 전 초겨울이었다.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아이들이 몇 가지 강좌를 듣고 있었다. 인기강좌는 수강하기가 매우 힘들어 매번 놓치기 일쑤였다. 접수가 선착순으로 바뀌며 나도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 접수를 했다. 이미 새벽 5시부터 와 기다리는 사람들이 내 앞으로 20여 명은 더 있었다. 지금은 추첨으로 바뀌어서 새벽에 나가 기다릴 일은 없다.

  나는 잠깐 생각해 본다. 만약, 인생이 선착순이거나 추첨제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아니 될 말이다. 노력해 뒤늦게 인생의 안정권에 들어오게 될 수많은 아이들이 있지 않던가!! 엄마들이 말한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 늦어도 괜찮으니 제발, 인생의 안정권 안으로 들어오라!! 아이의 팔을 잡아끌고, 아이의 등을 힘겹게 밀며 인생의 결승점을 향해 아이들을 이끈다. 나는 얼른 그 아우성 속에서 빠져나오려 애쓴다.


포겟몬 빵을 기다리는 중학생 아이와 나.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또 한 아이가 왔다. 이번엔 가지 않고 나처럼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나는 경계의 눈으로 그 아이를 다시 쳐다 보고는 편의점에 들어가 점원에게 내가 1번임을 확인시켰다.

  "너 몇 학년이니?"

  "중2요"

  "중2나 됐는데 이거 살려고 기다리는 거야?"

  "아니요. 동생이 반에서 자기만 못 먹었다고 해서 사다 주려고요."

그 아이 마음이 참 예뻤다. 동생이 7살이라고 했다.


  나는 1남 3녀 중 막내이다. 오빠와 나는 12살 차이가 난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와 놀이터에서 나랑 같이 놀아준 일, 자전거 뒤에 나를 태우고 동네를 한바뀌씩 돌았던 일, 숙제를 안 하고 하루 종일 놀다 들어와 오빠에게 혼났던 일 등 오빠가 무서워 숙제는 해야 했다. TV 만화는 또 보고 싶어 아주 죽을 맛이었다.


  나는 7살 아이에게 빵을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너무나 급해 차마 양보는 안되었다. 빵을 반으로 나눌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새 남편이 왔다. 따뜻한 방에서 뒹굴고 있을 H군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 얘기를 하고 허락을 구하고자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만류하는 통에 그만 현실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마침내 기다리던 차가 왔고 빵은 한 개가 왔다. 나는 천오백 원을 결재하고 씁쓸해하는 그 아이의 표정을 애써 무시하며 집에 왔다.


  H군은 그야말로 입이 찢어졌다. 나에게 고맙다며 연신 머리를 숙이고 거품기에서 거품을 낸 커피도 타다 주었다. 나는 난로를 켜고 그 앞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바람이 불어 쌀쌀한 날씨 탓에 온몸에 한기가 들었는지 몸이 '우르르르' 떨려왔다.

                                           




* 중2 학생의 사진은 본인의 동의를 얻은 후 사용했습니다.

* 올해 3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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