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쓰기

줄 서서 먹는 매실 한 잔.

by 글쓰기 하는 토끼

불고기를 볶으려고 보니 매실이 없다. 뒤적뒤적하다 매실 한 병을 들고 나온다. 마지막 매실이다.

'매실 거를 때가 됐네.'

하며 저 작년에 담가 놓은 30리터짜리 매실 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저 매실로 말할 것 같으면, 알음알음 물어 물어 농약 한번 안 치고 열리면 열리나 보다 말면 마나 보다 한다는 집에서 키웠다는, 그 나무에서 딴 홍매실이다. 값으로 치면 일반 마트에서 파는 청매실에 두 배, 세배 이상 주어야 살 수 있다. 팔지 않으면 살 수도 없다. 알도 커서 손도 많이 안 간다. 누르스름하게 잘 익어 먹음직스럽다. 물에 깨끗이 헹구고 꼭지도 따고 체에 밭쳐 탁탁 털어 물기를 제거한 후 설탕을 부어 가며 매실청을 담근다. 매실 통도 뜨거운 물에 소독 후 바짝 말려야 한다. 나는 아직까지 곰팡이 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자칫 잘못하면 곰팡이가 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돈이야 어떻든 간에 정성스레 담근 매실이 망하면 속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일단, 제일 먼저 걱정인 것이 김장이다. 김장할 때 매실이 솔찬히 들어간다. 어디 그뿐이랴, 아이가 배 아프다 하면 매실 한잔 타 주고 배를 살살 어루만져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낫는 만병통치약으로서의 제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매실을 거를 때는 그 매실 한잔 얻어먹기 위해 가족들이 줄을 선다.

새로 담근 매실 맛을 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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