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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Nov 26. 2022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8  - 마지막회

 후회의 눈물


  수영이는 영철이 엄마를 만났다. 영철이가 과학자를 만나 투명 핀에 있었던 일을 모두 복구했고 증거를 확보했다고 했다. 수영이는 그 말을 듣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없었던 일이 될 텐데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인가 말인가! 수영이는 영철이 엄마를 째려보듯 보았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요?"

  "아줌마가 너한테 자수할 기회를 주는 거야. 그래도 영철이와 같은 반이고 친구라서 한 번 더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라고."

  "싫다면요"

  "그럼 증거 가지고 경찰서에 가는 수밖에"

  "제가 경찰서 가서 자수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반성하고 뉘우치는 사람이랑 너같이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랑 같니?"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나도 더 이상 시간 뺏기기 싫다. 결정은 네가 하는 거고. 생각이 정해지면 이틀 뒤 경찰서에 오도록 해."

그렇게 말하고 영철이 엄마는 카페를 나갔다.

  수영이는 영철이 엄마가 가시고 난 뒤 커피숍에 혼자 남아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러 보아도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증거가 명백히 있는 이상 더 이상 숨을 때가 없었다. 수영이는 복받치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수영이는 결국, 부모님과 상의하기로 결정을 하고 집으로 힘없이 갔다.


  보이지 않는 동네 과학자는 진술을 하기 위해 경찰서에 갔다. 투명 핀을 개발하게 된 이유부터 여러 가지 일들을 얘기했다. 그보다도 과학자는 장관 후보의 비리를 언론에 미리 제보하고 오는 길이었다. 투명 핀에 세세히 담겨 있는 증거들 때문에 장관 후보는 고사하고 구속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과학자는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듯 기분이 좋았다. 성실히 진술을 마친 과학자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식당에 가 비싼 음식들을 시키고 흥얼거리며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 장관 후보의 비리가 각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다. 정부기관에서 있었던 일까지 모두 회자되어 장관 후보는 얼굴을 들 수 없게 되었고, 또한 특별감사를 받게 되었다.

  이 일로 투명 핀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또한 장관 후보 사건과 맞물러 중학교 시험지 사건까지 떠들썩하게 각종 포털이며 뉴스며 안 나오는 곳이 없었다. 정부는 이 투명 핀이 이로움보다는 폐해가 더 많아, 사회적 부작용을 이유로 모두 수거하여 폐기 처분하기로 결정하였다. 앞으로 이 투명 핀을 사용할 시 범죄자와 똑같은 처벌을 받게 하는 법안을 작성하였다.


  수영이는 부모님에게 아주 호되게 야단맞았다. 그런 일을 저지른 것도 잘못인데 그 후에 수영이의 태도를 더 많이 꾸짖으셨다. 사람이 무엇을 잘못할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그 후에 어떻게 행동하고 반성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수영이는 반성은커녕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수영이는 부모님과 함께 경찰서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이미 언론에 많은 얘기가 나오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터라 거기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했다. 항상 무언가에 짓눌리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냈다. 이렇게 마음의 결정을 하니, 어떠한 처분이라도 받을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수영이는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지 부모님과 상의했다. 퇴학처분이 내려진다 해도 부모님께서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고 하셨다. 이것을 계기로 더 열심히 살고 검정고시도 볼 수 있으니, 한 번의 실수와 잘못으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수영이는 부모님과 대화한 후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수영이 부모님은 그런 수영이가 엇나가지 않기 바라며 수영이를 많이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수영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 일이 잘 해결되면 함께 여행을 다니며 대화를 많이 나누기로 했다.




  나는 일찍 경찰서에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경찰서가 북적북적한 것이 기자들이 벌써 알아차리고 와 있었다. 나는 기자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담당 형사에게 먼저 연락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형사에게 증거 자료를 제출하고 간단한 진술을 한 후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왔다. 다른 아이들과 경찰서에서   만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나속이 다 후련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지 겸허히 받아들이고 아이도 다시는 이런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세세히 살펴보고 신경 쓸 참이다. 주차장에 니 수영이와 수영이 부모님이 오고 있었다. 인사는 안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모른척 집에 왔다.


  언론과 인터넷 포털에서는 연일 이 시험지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빠르게 유언비어도 나돌고 있었다. 이 일과 상관없는 아이들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었다. 경찰과 학교에서도 발 빠르게 이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었다.

  먼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수영이와 5명의 아이들은 모두 퇴학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시험지 전달을 한 이 소유 학생은 반성하고 뉘우친 점을 들어 정학 처분이 내려졌고, 영철이는 반성문을 써서 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시험지를 사 간 학생과 어른들의 자녀들은 이번 시험에서 모두 '영점' 처리가 되었다. 재시험은 안 보기로 했다. 이유는 그 시험에서 분명 노력하고 공부해서 성실히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뭐든 성실히 노력하고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는 언제 가는 혜택이 가고 알아주는 날이 오는 법이다. 요행을 바라며 그때그때 대처하고 약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그 당시에는 실속 있다 할지 몰라도 속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이다.


  는 시험지 사건이 마무리된 후 철수 엄마를 만나 같이 새로 생긴 병원으로 향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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