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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 된 날.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나는 학창 시절 공부를 못했다. 공부 못하는 성실한 모범생이었다. 달리 눈에 띄거나 하지 않았고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전문대학에 가게 되었다. 부모님께서는 대학에 가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통학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와 지방에 있어 누가 들어도 모르는 대학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대학을 가는 대신 컴퓨터 학원과 내가 배우고 싶어 하는 학원을 다닐 것을 권유하셨다.


옛말에 어른 말 잘 들으면 떡 하나 더 생긴다는 말이 맞는 듯 그때 그 말을 따랐으면 이렇게 돌아 돌아오지 않을 인생이었다. 아마 고생도 좀 덜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대학에 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친구와 방을 얻어 자취를 했고 대학 등록금이며 월세, 생활비까지 숱하게 돈이 들어갔다.

그러면 좀 정신을 차렸으면 좋으련만 난 대학에 가서도 공부를 안 했다. 공부를 안 하고 매일 놀기만 했다.

집 문 앞에는 술병이 짝으로 쌓여 있었다. 내 평생 놀 것은 이때 다 놀았다. 그래서 노는 것에 대한 원한은 없게 되었다. 그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1년을 다니고 제적을 당해 중퇴를 하였다. 부모님께서는 더 이상 학비를 대주시지 않으셨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알바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다 회사에 취직하여 직장인이 되었다.

이력서를 쓰다 문득 대졸도 고졸도 아닌 것이 싫었다. 학력 콤플렉스로 이어졌다.


누군가 신문을 매일 같이 읽으면 4년제 대학 나온 사람과 같은 지식을 얻는다 하여 나는 그때부터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1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1면부터 끝면까지 읽었다. 신문을 보면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경제면이었다. 새로운 경제 용어가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나왔다.


나는 그때 기회가 되면 경제학을 공부해 보리라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그것이 방송대 경제학에 들어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학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3학년 때 경제사 공부 할 때는 '책에 빨려 들어간다'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그 정도로 집중해서 공부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석사도 하고 박사도 하는구나 공부가 재미있구나, 하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 후부터 계속 공부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졸업 후 나의 커리어는 달라졌고 보다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공부를 한다. 필요해서도 하고 원해서도 한다. 내가 좀 더 이런 이치를 빨리 깨닫고 정신 차렸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밀려온다.


지금이라도 죽기 전에 정신 차렸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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