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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방

by 글쓰기 하는 토끼


시장 들어가는 길목에 한약방이 즐비어 서 있습니다. 솔솔 적당히 자극하는 한약 냄새가 싫지 않습니다. 저는 멀뚱멀뚱 보고 서 있어요. 구경도 좀 하면서요.
가시오가피며 둥굴레며 우리가 아는 약재도 있고 잘 모르는 듣도 보도 못한 약재도 많습니다. 생긴 것도 꼭 못생긴 게 몸에는 또 어찌 그리 좋은지 사람이나 약재나 겉모습만 보면 안 되는가 봅니다.
애저녁 같으면 한 오천 원어치 라도 덥석덥석 샀을 텐데 영 손이 안 갑니다. 쭝국산일까봐 먼저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앞을 서성이다 한약 냄새만 물씬 맡고 돌아서기 일쑤입니다. 국산 같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섬주섬 담아 들었을 텐데 말이죠.

어릴 적 저희 어머니는 항아리같이 생긴 약탕에 직접 약을 달여 주셨어요. 먹기 좋게 적당히 식혀 온갖 정성 들여 달여와 우리들을 먹이시곤 하셨지요. 그때는 그 쓴 약을 받아 들고 쳐다만 보아도 먹기 싫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약사발을 들이미는 어머니 심정을 참 애태우며 속을 한참이나 끓여 들였지요.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한약을요.

시장 가는 그 길목을 지나가다 보니 잠시 옛 생각이 납니다. 엄마 손을 붙잡고 그 앞을 지나다 서성이는 엄마 모습이 생각납니다. 가격만 묻고 돌아서시는 어머니 모습도 생각납니다.
지금 세상에야 널리고 널렸지만 개중에는 돈 주고도 못 사는 것들도 숱하게 많잖아요. 눈 씻고 찾아봐도 잘 안 보입니다.
가족들 먹이기 위해 농약 한번 안 치고 지은 농수산물이라든지 손수 정성 들여 지은 옷이라든지 아이를 위해 아빠가 직접 만든 책상이나 침대 등은 팔지도 않고 사지도 못합니다. 딱 한 사람만을 위해 준비한 것이니까요.

가을을 넘어서 겨울이 점점 다가오니 아이들 기침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병원 가면 그만인 것을 또 저는 뒤적뒤적 감기에 좋은 음식들을 찾아 대령합니다. 이거 먹고 감기 똑 떨어져라 하면서요.
뭐든 정성이 들어간 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마음 한구석 몽글몽글 찡한 감동을 전달합니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보지 않고도 먹지 않고도 대번에 알아보니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네 인생들도 척 보면 알아내더라고요. 노력한 인생인지 그냥 흐르는 데로 굴러 굴러 들어온 인생인지 어찌 그리 잘 알아보시는지 참 신통방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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