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딩~동"
집에 있던 저는 초인종 소리에 현관 밖을 나가 보았습니다. 어떤 한 남자분이 서 계셨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나왔는데요. 아랫집에 화장실 누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잠깐 같이 가보시겠습니까?
"네? 지금요?"
"제가 가서 보고 왔는데요. 공사를 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법이 윗집에서 고쳐 주게끔 되어 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행여나 제가 이상한 소리 할까 봐 선수를 치듯 얘기했습니다.
"아.. 그래요. 일단, 가서 볼게요."
저는 관리사무소 직원과 아래층에 내려갔어요. 아랫집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중년의 여성이 오시더니 윗집에서 온 것을 대번에 알아보시고는 저를 누수가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갔어요. 화장실 천장을 살펴보니 전 주인이 대야를 천장에 받쳐 놓았고 거기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군말 없이 공사를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혹시 아는 공사 업체가 있으시면 맡기겠다고 하니 없다고 하셔서 관리소 직원에게 소개를 부탁드렸어요. 공사가 잘못되면 자기네가 난처하게 된다면서 직원은 쭈뼛쭈뼛하더니 전화번호를 겨우 하나 주셨습니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중요한 실수를 합니다. 공사라는 것이 작든 크든 여기저기 알아보고 견적도 받아 보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을 저는 별일 아닌 양 그대로 진행합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한 통하고 바로 공사 날짜를 잡아 버립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겁니다. 그리고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일상 책임배상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챙겨야 할 서류들을 메모한 뒤 공사 사장님께 이렇게 준비해달라 전달합니다. 그리고 룰루랄라 똑소리 나게 처리했다 스스로 생각하며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술술 잘 풀릴 턱이 있나요? 공사는 순조로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8월에 우리는 에어컨도 못 켜고 있었지만 잘 참아 내며 공사를 하였습니다.
이사를 나간 전 주인은 좋은 분이셨습니다. 저희 집 큰애보다 한두 살 위인 아들 하나 있었고요. 살면서 층간 소음으로 딱 세 번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건전지라는 모임을 만들어 아줌마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아이들 십몇명과 엄마들까지 저희 집에 왔었어요. 그리고 그다음 날 아랫집 아저씨가 올라오시더군요. 저는 올라오시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무조건 사과를 드렸습니다.
두 번째, 저는 집안 가구를 옮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아한다기보다 지저분해지거나 싫증이 나면 가구 배치를 다시 하는 편입니다. 책장을 옮기다 책장이 넘어진 거예요. 일요일 오후 느긋하게 휴일을 즐길 시간인데 '쿵'하는 소리와 함께 망치질까지 했으니 오죽했겠어요. 그 뒤로는 애들 뛰지도 못하게 하고 저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전에도 뛰는 건 못하게 했었습니다. 애들 어릴 때야 단속한다고 해도 잘 안되지만요. 그런 점에서 아랫집 아저씨께 엄청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세 번째부터는 이제 조그마한 소리부터 저희 집이 낸 소리가 아닌 일에도 아랫집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사를 가실 생각이어서 더 그러셨을까요? 이사를 가실 때
"저희 집 때문에 이사 가시는 거예요?"
하면서 좋게 헤어졌습니다. 뭐 웃으며 얘기했지만 아랫집 아저씨 속마음이야 알 수 없죠.
어느 날인가 2호 남자 친구가 그 애 엄마랑 저희 집에 놀러 온 일이 있었어요. 한 번은 그 애 엄마가 아랫집에 소갈비도 종종 사다 드리고 과일이며 뭐며 있으면 죄다 갖다 드린다고 하길래 애가 얼마나 뛰길래 저러나 했었습니다. 그 애가 다녀간 후 저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매일 사다 드려. 좋은 걸로"
공사는 잘 마무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공사가 끝나자마자 사장님은 공사대금부터 입금해달라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물이 새는지 안 새는지 확인은 해야 하잖아요. 근데 물이 다시 새는 거예요. 다시 뜯어서 공사를 다시 합니다. 그리고 변기에서는 아주 우렁찬 소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