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요란한 소리가 나서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사장님 변기 소리가 엄청 큰데요."
"그거 변기 뚜껑 안 닫아서 그런 거예요. 그리고 입금 좀 해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저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대금 60만 원을 입금합니다. 여기서 잠깐! 아무리 독촉을 하더라도 최대한 미루세요. 입금을 바로 해버리면 그다음부터는 갑, 을 관계가 바뀌게 됩니다. 하자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상받기 힘듭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연락이 안 됩니다. 변기 뚜껑을 닫으니 소리는 좀 잠잠해졌어요.
하지만 예전에 나지 않던 소리가 계속 들리는 거예요. 저는 그 당시 아랫집과 상당히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더운 여름 아랫집 사정 봐가며 공사를 해주었는데 안방에 있는 다른 화장실까지 들먹이며 공사를 요청했어요. 아니 화장실 양쪽을 전부 공사하면 우린 화장실을 가지 말란 말입니까? 이 여름에.
들어오기 전에 싹 다 고치고 들어오셔야 한다며 막무가내셨어요. 내 참. 저는 못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저희 집 공사하셨던 사장님께 연락해 무언가를 하시고는 그 돈을 저희 부러 내라는 거예요.
그리고 관리사무소를 내 집처럼 드나드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다 하신 모양이더라고요. 졸지에 어른도 못 알아보는 아주 괘씸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셨어요. 당신네 아들, 딸이 분당이며 판교에 살고 있는데 다 내려온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내려오시라 했어요. 젊은 사람이랑 얘기하면 말 좀 통하려나 싶어서요.
여하튼 저는 관리소장님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다 말씀드리고 개인적으로 공사하신 비용은 안 내는 것으로 매듭을 짓습니다. 아랫집 여사님이 관리소를 얼마나 뻔지르게 다니셨는지 402호의 4 짜만 얘기해도 바로 아시더라니깐요.
사람이란 감정보다 이성이 더 많이 뇌를 지배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감정이 뇌를 감싸버리면 제대로 이성이 사고를 못한다고 합니다. 보통 이럴 때 사람들이 실수를 많이 하죠. 감정이 역대급으로 저를 지배하다 보니 화장실에서 나는 소음이 아랫집 공사로 인한 것으로 저는 생각을 하고 말아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죠. 그 소음 때문에 관리소에서도 다녀가고 공사하신 사장님도 오셨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소음의 원인을 밝히지 못합니다. 공사하신 사장님께 여러 번 전화를 드렸어요. 그랬더니 이제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며 호통을 치시는 거예요. 제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사고하였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 물어도 보았어요. 별 도움 될만한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소음의 원인을 증명해야 하고 요청하면 직접 전문가가 찾아 가 봐주기도 하지만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장담을 못 하시겠다고 합니다. 100만 이상 들어갈 수 있다는 답변뿐이었어요. 공사대금은 60만 원인데 소음 원인 밝히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00만 원? 그것 참.
저는 그때 감정에 휘말리지 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공사하신 사장님과 담판을 지었어야 했습니다. 공사하기 전에 없었던 소음이 공사하고 나서 생겼다면 사장님 잘못입니다 하고 말이죠. 아랫집 공사로 인한 소음 때문이 아니냐는 등의 말로 호구 노릇은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니 어물쩍 넘어가고 발뺌을 해버리죠. 제가 봤을 땐 공사가 원인인 것 같아서요. 한마디로 잘못 공사한 거죠. 그 뒤로 소음의 원인을 알아내려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지만 알아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