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 아빠의 차를 타고 꽤 멀리 나가는 길이면 누구나 눈이 휘둥그레져 외쳐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알고 보니 그것은 마시멜로가 아니었고, 심지어 그 속이 건초로 가득하단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아마 도로시가 에메랄드 도시(인 줄 알았던 곳)에서 초록색의 안경을 벗었을 때와 같은 충격일 것이리라.
건초더미가 마시멜로를 닮았듯, 겨울의 논은 인절미를 떠오르게 한다. 메말라 보이는 겉모습도 닮았지만 아래로 쌀알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시선으로 논을 바라본다면 이내 메마른 겨울의 차가운 눈이 아니라 커다란 인절미 위로 커다란 마시멜로가 올려진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어린 마음이라도, 시들어버린 논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마시멜로가 아니란 건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시멜로로 보이는 이유는 세상 어딘가에 나보다 큰 마시멜로가 정말로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동화 속 과자집처럼 말이다.
이제는 커다란 디저트에 대한 환상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겨울 논을 지나는 날이면 마시멜로가 올라간 인절미맛 디저트가 떠오른다.
황금의 시절을 지나 모든 것을 내어주고는 시들어버린 들녘. 쌀을 키워내고는 콩가루 색으로 덮인 채 다음 봄을 얌전히 기다린다. 봄이 되면 다시금 피어날, 논 아래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내년의 쌀알들을 떠올리며 겨울 논의 모습을 빼다 박은 디저트를 만들어보자.
갸또는 프랑스어로 케이크라는 뜻이다. 갸또쇼콜라, 초콜릿 케이크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초콜릿을 녹여 노른자와 섞고, 흰자로는 케이크를 부풀린다. 그럼 꾸덕하고 진한 케이크가 완성된다. 오늘은 그 속을 초콜릿이 아닌 겨울 논의 고소한 맛으로 채워볼까 한다.
인절미는 그 속이 찹쌀떡으로 되어있고, 겉은 설탕이 섞인 콩고물이 묻어있다. 인절미가 케이크에 들어가진 않는다. 대신 콩고물로 고소한 맛을 잔뜩 내 인절미의 맛을 닮은 케이크를 만들어보려 한다. 찹쌀떡은 쌀로 만든 케이크반죽으로, 콩가루로 만든 쿠키가 콩고물을 대신한다.
꾸덕하면서도 촉촉한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노른자를 먼저 반죽한다. 버터와 노른자 위로는 생크림에 녹아든 쌀밥과 콩가루를 더해 잘 섞어주자. 쌀밥은 따뜻하게 데운 생크림과 갈아주는데, 진한 우유의 향과 쌀의 고소함이 만나 향긋함을 선사한다.
또 다른 고소한 향으로 콩가루와 다른 가루를 섞어내면 진하고 꾸덕한 반죽이 완성된다.
남은 흰자는 윤기가 흐를 때까지 거품을 내자. 진한 노랑의 반죽과 눈부신 하양의 머랭을 가볍게 섞어내면, 고소함이 가득한 케이크 반죽이 완성된다.
노른자 반죽은 무겁고 진득하지만 머랭은 그 무엇보다 가볍다. 처음에는 겉도는 듯한 두 가지의 반죽을 급하지 않게 섞어내면 어느샌가 하나의 반죽이 된다.
다른 볼에는 버터를 풀고 역시 콩가루를 가득 넣어 쿠키 반죽을 만들자. 오븐에 구워내 식혀주면, 케이크의 바닥에 깔려 식감을 살려줄 또 다른 재료가 완성된다.
충분히 식혀 부숴 낸 쿠키를 팬에 깔고, 그 위로는 케이크 반죽을 부어낸다. 물을 깔고 예열을 해둔 오븐에 넣고 구워낼 준비가 끝났다. 스팀 가득한 오븐에서 충분히 구워내면 머랭은 케이크를 부풀리고, 아래에 깔아 둔 물은 케이크를 촉촉하게 구워낸다.
틀에서 꺼낸 케이크는 충분히 식혀준다. 그동안 생크림을 단단하게 올린다. 꾸덕하게 식은 케이크 위로, 쌓을 수 있을 만큼 높게 높게 생크림을 쌓아낸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농부의 마음가짐이다. 흙을 골라내듯 꼼꼼한 손길로 생크림을 바르고, 이랑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포크로 길을 낸다.
고랑이 만들어진 케이크 위로는 콩고물을 잔뜩 뿌려주자.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준비한 것은 미니 마시멜로. 아무렇게나 케이크 위로 뿌려준다. 그러면 한눈에 보아도 무엇을 그리려 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달리는 차의 창 밖으로 보이던 겨울 논의 모습을 달콤하고 고소한 모양으로 접시 위에 올렸다.
가지런히 길이 난 케이크 위는 추수가 끝난 논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 아래에는 쌀을 피워낸 낱알들이 숨어있음에 틀림이 없다. 남은 건초는 곤포사일리지 속에 숨어 여럿의 상상력을 자극했지만, 나의 겨울 논 위에는 정말 마시멜로가 놓여 있다.
속에 쌀이 될 씨앗을 품은 채 다음 봄의 생명력을 기다리는 겨울 논처럼, 얼른 이 추위가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쌀의 고소함을 가득 담아 케이크를 만들었다.
황금빛 리즈시절을 품은 채 다음 해의 고소함을 기다리게 하는 겨울논을 기억하며, 인절미갸또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