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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yell Jul 21. 2022

뭉게구름을 기억하는 법 | 자두 파블로바

소서 - 청량함이 고픈 때

그 향기로움에 벌이라도 날아들까 무서웠다.


시장에서 자두를 한 바구니 사 오는 길에 자두가 담긴 봉투를 열었더니 향긋함이 나를 덮쳤다. 청량하면서 상큼한 자두의 향기는 언제 맡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자두의 매끈한 표면을 물로 헹구면 그 향기로움이 자두가 담긴 그릇 언저리부터 서서히 퍼진다. 못 이기는 척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의 달콤함과 껍질의 새콤함이 입속에서 어우러진다. 이 짜릿한 과일의 등장은 곧 완연한 여름이 왔다는 뜻이다.


자두는 그 향만큼이나 색도 강렬하다. 빨갛게 익은 껍질의 안쪽으로는 잘 익은 노란 속살이 숨어있다. 껍질 색이 진할수록 속은 더 노랗게 물들어 색감의 대비가 강해진다. 언젠가 청자두인줄 알고 샀던 설익은 풋자두는 시다 못해 떫은맛이었다. 그 충격적인 맛에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속살은 아마 덜 익은 연두의 색이었을 것이다.


더위가 무르익은 소서에는 가운데 씨가 크게 들어간 신맛의 과일 - 핵과류 - 이 많이 등장한다. 매실을 필두로, 복숭아와 살구, 앵두, 자두 등이 그 뒤를 잇는다. 떫은 듯 시었던 그 맛이 달콤한 맛과 향으로 무르익어갈 즈음, 태양의 강렬함도 그 정도를 더해간다. 덥고 습한 날씨로 구름마저 풍년인 계절. 빨갛게 익어가는 새콤 청량한 맛으로 두려운 무더위를 이겨낼 용기를 얻어간다. 오늘은 청량함에 날개를 단 듯 가볍고 향긋한 디저트를 만들어 보자.




파블로바는 흰자 거품을 주 재료로 한 머랭 케이크로, 호주의 케이크로도 유명하다.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머랭을 낮은 온도로 구워내면 쫄깃하면서도 파삭한 식감의 케이크가 된다. 머랭을 치고 남은 노른자로는 케이크에 어울리는 크림을 만든다. 그 위로는 자두의 향긋한 신맛을 포인트로 올리고, 상쾌한 레몬과 민트향으로 마무리한다.

가장 먼저 머랭을 만드는데, 흰자에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옅은 연둣빛의 흰자에 설탕을 나눠 넣으면서 거품을 내다보면 단단하면서도 표면에는 광이 나는 매력적인 머랭을 얻을 수 있다. 매끈하게 올라온 머랭은 평평한 팬에 6개의 덩어리로 나누어 담고 숟가락 뒷면으로 동그랗게 홈을 낸다. 잘 만들어졌다면 특별한 도구 없이, 숟가락만으로도 예쁜 모양을 낼 수 있다.

머랭은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동안 구워낸다. 100℃ 내외의 온도에서 60분 이상 구워내면 색이 나지 않으면서 쫄깃한 식감이 강해진다. 반대로 150℃ 내외로 구울 경우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식감으로 완성된다.


오랜 시간 구워야 하는 파블로바를 오븐에 먼저 넣어두고, 그동안 자두로 콩포트를 만들어보자. 물기를 머금은 빨간 자두는 진한 향만큼이나 노란 속살이 달콤한 맛을 낸다. 이때 방해가 되는 가운데의 큰 씨앗은 제거하고 과육만 발라내 작은 육면체로 썰어주면 준비는 끝난다.

자두의 속살은 공기와 만나면 사과처럼 색이 변하기 때문에 빠르게 팬에 담아 설탕을 쏟아 넣는다. 약불로 졸이다 보면 자두의 신맛이 점점 강해지다가 설탕의 단맛을 초월하는 순간이 온다. 이때가 불을 끌 타이밍이다. 잼과 달리 수분과 과육이 많이 남아 있는 콩포트를 만들 때는 너무 오래 졸이지 말아야 한다. 선명한 다홍색으로 완성된 콩포트는 볼에 담아 식혀준다.

따로 남겨두었던 계란 노른자로는 바닐라 향의 커스터드 크림을 만든다. 바닐라 빈을 넣어주는 방법이 정석이지만, 바닐라 오일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자두의 향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만 넣는 편이 좋다. 꾸덕하게 만들어진 커스터드 역시 볼에 담아 식힌 후 생크림과 함께 휘핑해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으로 완성한다.


머랭 반죽까지 충분히 식혀주면 모든 재료 준비는 끝이 난다. 이제는 마음이 가는 대로 쌓아보자. 색과 향, 그리고 날씨를 즐기면서 적당히 쌓아 올리면 된다.

가장 먼저로는 자두 콩포트를 머랭 위에 적당히 담는다. 그 위로는 크림을 올려 뭉게구름 같은 부피감을 살려준다. 그리고 자두 슬라이스와 레몬 제스트, 민트 잎으로 색과 향을 한껏 끌어올린다.


하얗고 가벼운 베이스 위로 여름의 색과 향이 더해지면 눈으로만 봐도 이미 청량함이 치사량을 넘어선 듯하다. 자두의 향긋함과 민트의 청량함, 레몬의 상큼한 향이 더해지면서 날아오를 듯한 가벼움이 느껴진다. 혹여나 정말 날아가 버릴까 바닐라와 생크림의 진한 우유 향으로 진정시킨다. 그럼에도 그 산뜻하고 파삭한 식감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이 디저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눈살이 찌푸려질 듯 새콤한 자두 콩포트는 그냥 먹기엔 신맛이 너무 강하다. 하지만 커스터드 크림의 부드러운 단맛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향이 함께 한다면 신맛의 날카로움은 마모되어 둥글어지고, 더운 여름 가볍게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같은 기분 좋음만 남는다.


덥고 습한 여름이 제철인 파란 여름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가볍고 청량함 가득한 디저트, 자두 파블로바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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