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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프리, 쉽지만은 않다(1)

첫 번째 퀘스트: 배우자를 설득하라

by rabyell

웨딩프리(wedding-free)를 마음먹었어도 완주는 쉽지 않습니다. 혼자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거든요. 그 길의 동행자, 배우자와 함께 걸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주변의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말이죠.


회사동료 중 한 명은 저의 선택을 두고 ‘멋있다’고 했습니다. 깊은 진심이 담겨있었어요. 들어보니 본인도 결혼식의 허례허식에 염증을 느꼈고, 때문에 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식의 주인공인 신부, 현재의 아내분이 결혼식을 꼭 하고 싶어 했고, 그 의견을 따랐다고 하셨어요.


서로 원하는 길로 각자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평생의 동반자가 되기로 한 이상 함께 길을 걸어야 합니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면 어느 한쪽의 마음을 돌려세워야 할 테죠. 설득을 해야 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결혼과 결혼식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통념 속에서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는 것은 일종의 해피엔딩입니다. ‘공주와 왕자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처럼 성대한 결혼식은 의심의 여지없이 축하할 일인 것이죠. 그러니 웨딩프리의 길을 걷고자 하는 당신은 사회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을 거절한 셈입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지만, 당신이 원하는 것이 웨딩프리라면 신부일지라도 주인공은 못 됩니다. 오히려 악역에 가깝습니다.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저버리려 하니까요. 그런데 이제, 할 수 있는 게 설득 말고는 없는 악역이요. 이렇듯 결혼식에서 무언가를 덜 하고 싶은 쪽은 언제나 상대방을 더 많이 설득해야 하는 퀘스트를 부여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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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으로 시간의 흐름을 가늠합니다. 재료의 싱그러움으로 찰나를 만끽하기도 합니다. 오늘의 재료로 오늘을 기억하는 법을 찾아나선 홈베이커, 라비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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