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결혼은 하지만 결혼식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오늘 구내식당 메뉴가 별로여서 혼자 햄버거 먹고 오겠습니다.’라는 말 정도의 위엄을 가집니다. 별달리 위엄이 없다는 뜻입니다.
저에게 있어 특별하지 않은 웨딩프리의 과정을 글로 쓴 이유가 있습니다. 시작은 제 동생의 SOS였습니다.
제 동생이 결혼식에 가지는 반감은 저보다 더 심합니다. 그런데 동생의 남자친구는 결혼식에 로망이 있다고 했어요. 결혼식은 둘째치고 결혼자체에도 미련이 없던 그녀에게 남자친구의 로망은 이루어 줄 수 없는 무언가였죠.
그래서 도움을 청한 거였어요. 도대체 언니는 어떻게 결혼식을 안 할 수 있었느냐고요. 별것 없는 제 얘기를 들려주었고, 동생은 전에 없던 집중력으로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결혼식에 대한 제 생각에 공명해주었어요.
그러고 세상을 바라보니 의외로 제 동생과 같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막연히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은데, 이유도 방법도 어렵게만 느끼는 분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쓰기로 했어요.
2025년에도 여전히 결혼식을 하는 것이 평범의 범주에 듭니다. 그리고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 선언하면 많은 이에게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결혼식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그 때문에 반대의 선택을 하는 것에 주저하는 이도 적잖습니다.
그렇기에 제 개인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지침서 또는 반면교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 먼저 걸어간 궤적을 보면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요. 길라잡이라는 말마저도 거창한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겐 눈앞의 안개를 치워주는 와이퍼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텝니다.
당연하게도 제 경험이 웨딩프리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아직 세상에는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제 이야기를 보태기로 했습니다.
저희 동생처럼 제 이야기에 공명해 주신다면 더없이 기쁠 테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없습니다. 머리말에 썼듯이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결혼식이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는 허례허식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그저 신랑신부를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장이 되기만을 바랍니다.
웨딩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결혼식을 선택하는 진정한 웨딩프리 결혼식이 생겨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