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공동집필 전자책 만들기
세상을 떠난 아빠를 다시 한번 만날 찬스가 허락된다면 그 시간 속으로 떠날 것이다. 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세상을 뜬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나는 아빠를 보내지 못했다. 내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시공간으로 사라지고 난 후 아빠의 뒷모습이 더 눈에 밟힌다. 뒷모습이 보이는 건 사랑하는 거라던데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아빠를 이해하고 있다. 떠나지 못한 아빠는 내 마음의 그늘 속에서 서성이고 있다. 나에게 하지 못한 말이 남아서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이 책에서 연인, 아버지, 애인, 남편이 불의의 열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남겨진 이에게 주어진 마지막 찬스는 단 한 번, 잠깐 세상을 뜬 사랑하는 사람을 기차 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엄연한 진리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럴 수 있다는 가정을 통해 한 자락 희망을 던져 준다.
작가는 독자에게 이런 일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으니, 사랑하는 사람과 표현하고 이해하며 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판타지적 상상력을 도입한 작가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기차역’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했다.
2편, 아버지를 만나는 아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가장 와닿았다. 그 아들처럼 나도 아빠에게 무심했던 자식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늘, 함께, 가까이 있다. 그래서 서로에게 줄 시간이 많다고 착각하는 게 문제다. 언젠가는 서로를 떠나갈 수밖에 없는, 알고 보면 가깝지만 먼 존재인데 말이다.
‘내가 만일 그 기차에 탑승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하자 제일 먼저 아빠가 떠 올랐다. 타인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컸기 때문이다. 마음속 풍경에서 남아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세상을 떠났다는 이유로 서둘러 잊을 필요는 없었다. 잊으려고 했기에 더 눈에 밟혔다.
고통에 의미가 없을 때 더 고통스럽다. 기차에 탑승한 4명의 주인공은 자신의 모든 것인 사랑하는 가족, 애인과 나눈 마지막 대화로 감정의 앙금을 덜어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마지막 기차역이 없다. 그리움이라는 축복의 다리를 건너 서로의 가슴안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