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이는

감사 기도를 드리며

by 스토리텔러 레이첼



노란 가로등 불빛이 반드레한 아스팔트 바닥에 따뜻하게 내리쬡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반듯하게 줄지어 늘어선 가로등이 없었다면 이 찌리리한 가슴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때로 무심하게 존재하는 사물에게조차 기대어 봅니다. 늦은 밤하늘 달님이 구름 속에서 어슴푸레 존재를 드러냅니다. 어둠이 내린 어느 집 지붕 아래 창문을 통해 TV 스크린의 푸른 불빛이 다가옵니다.



어둠이 깔리면 알 수 없는 존재적 허무함이 가슴을 파고듭니다. 나는 누구인가? 또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러면서 점점 더 내게 기대고 있는 측은하고 연약한 '나'를 바라보며 책임감을 느낍니다. 어린아이 같은 나를 어른인 내가 내려다봅니다. 이제 우러러보면서 가슴앓이했던 존재들보다는 어린아이 같은 나를 더 자주 찾아봅니다. 때론 너이고 때론 나인 보고 싶은 그 시간들 속 빛바랜 이야기들이 필름이 끊긴 듯 짤막 짤막하게 다가와 눈물방울 달고 건너편에서 아른거립니다.






시편 136편을 차 속에서 듣다가 내렸습니다. 아름다운 석양이 지고 난 검은 밤하늘 아래 서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들리는 차 소리가 센 바람이 되어 나를 더 먼 허공으로 데려다 놓는 것 같습니다. 붕 뜬 가슴이 허전하고 쓰라렸습니다. 놓치고 실수했던 역사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며 귓가에서 아웅 댑니다. 울고 싶은데 울 수가 없어 꽉 막힌 가슴속, 메인 채로 지내온 시간들을 뒤돌아봅니다. 무표정한 얼굴로부터 몸의 어디론가 스며든 딸꾹질이 가끔 울컥 올라와 목구멍 속에서 숨바꼭질합니다.



그렇게 뭐라 표현할 수 없게 마음이 복받칠 때는 성경의 말씀 속으로 들어갑니다. 급박해서야 찾아갈 지라도 잊지 않으시고 돌보아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 속에 풍덩 빠져 듭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사람임을 다시금 느낍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신들 중에 뛰어난 하나님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주들 중에 뛰어난 주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홀로 큰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는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지혜로 하늘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땅을 물 위에 펴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큰 빛들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달과 별들로 밤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시편 136편






말씀이 들려와 가슴을 가득 채우면 상황에도 불구하고 감사로 기도를 마칩니다. 크고 높으신 그 뜻을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이 초라하고 작은 자의 기도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고 계시는 하나님, 그 사랑, 늘 기억하고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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