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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감동적인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곳, 나오

미슐랭 3스타 쉐프의 손길이 닿은 한식을 이 가격에!

by 파일럿


NA OH (나오)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싱가포르 분들을 통해 많이 들었다. 정말 맛있고, 가성비가 좋아 거의 매달 간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도 마음만 같았으면 그랬을 텐데, 우리 집은 동쪽 끝에 있고 이 레스토랑은 싱가포르의 서쪽 끝에 있어 왕복 40분이 넘게 걸리는 데다, 예약하기도 쉽지 않아 계속 방문이 미뤄졌던 곳이었다.





여기로 말할 것 같으면, 싱가포르 서쪽에 있는 현대자동차 건물의 2층에 위치한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처음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유명한 셰프 Cory Lee가 직접 메뉴와 컨셉을 짠 것으로 유명하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의 손이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음식 가격은 웬만한 파인 다이닝의 절반에도 해당하지 않아 가성비가 아주아주 좋고, 점심과 저녁 메뉴가 동일하다. 그래서인지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기는 힘들고, 예약이 될 때 가야 하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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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건물로 들어가면 이런 퓨쳐리스틱한 실내 농장이 반겨준다. 컨베이어 벨트에 씨를 옮기는 로봇손들도 있다. 여기서 재배된 채소들이 나오의 음식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날, 하루 종일 미팅 일정이 빡빡했다. 마지막 콜이 끝나마자자 택시를 잡고 달려온지라, 택시 안에서도 업무 생각으로 머리가 조금 지끈했다.


택시에서 내려 미래지향적인 실내 정원을 거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도착하면, 나오 레스토랑의 차분하고 고요하면서도 강력한 분위기가 압도해와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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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는 보기 어려운 공간감을 가진 널찍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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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두터운 한지를 덧대서 만든 멋진 동양적인 느낌의 조명이 우리 테이블 바로 위에 있었다.








메뉴는 전식, 본식, 후식이 포함된 코스 메뉴이고, 본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돼지 불고기, 굴비 솥밥, 설렁탕면이 있었다. 나는 불고기를, 같이 간 언니는 굴비 솥밥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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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식으로 나왔던 차가운 수제 순두부와 소스로는 숙성 간장과 고춧가루.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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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 있던 미래지향적인 농장에서 수확한 싱싱한 채소들. 먼지 하나 없이 유지되는 것 같던데.. 그럼 안 씻어도 되려나? 괜히 궁금해졌다ㅎㅎ 같이 나온 김치전은 딱 알맞은 두께와 딱 알맞은 파삭한 굽기로 구워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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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잡채 - 가을 야채 나물과 곤약조림, 그리고 아래에는 육회가 있었다. 육회와 참기름, 야채와 곤약의 씹히는 맛이 조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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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돼지불고기. 강된장과 매생이 굴전, 마늘쫑 무침, 쌈 채소 등이 같이 나왔다. 같이 갔던 언니는 굴비 솥밥을 골랐고, 어란과 홍합탕, 매실 겉절이, 돌김이 함께 나왔다.




언니가 나눠준 굴비 솥밥을 한입 뜨자마자..... 오늘 있었던 모든 머리 아팠던 일들이 스르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밥알 한 톨 한 톨의 식감이 입안에서 살아 맴돌고, 같이 있는 굴비는 얼마나 부드럽던지. 반찬들도 하나같이 다 조화롭고 정성스럽게 준비된 게 느껴지는 감동적인 한 끼였다.





보통은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즐기는데, 이날은 언니와 나 모두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대화에 집중이 안 되는 느낌을 경험했다. 이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런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좀 오버스럽지만 그런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식사였다. 겨울 메뉴로 바뀌기 전에 또 가서 굴비 솥밥을 메인으로 먹어봐야지 다짐했다. 물론 돼지 불고기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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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나온 곶감 호두 타르트와 고구마 식혜. 고구마와 식혜는 처음 먹어본 조합이었다. 한 사발 더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곶감 호두 타르트도 역시 맛있었지만 생각보다 양이 커서 반만 먹고 반은 싸왔다.






이렇게 먹은 게 1인당 78불. ++ 부가세, 서비스비 포함하면 1인당 100불이 조금 덜된다. 웬만한 싱가포르의 한식 다이닝이 200불이 넘어가는 걸 생각하면, 가성비가 정말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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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본 실내 정원. 유독 더 파릇파릇해 보인다.



고된 일상을 잊게 해주는 맛있는 한 끼 잘 먹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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