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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Jul 06. 2020

명상은 정말 도움이 될까?_핫플 카페 피크닉

7월 추천하는 전시회 / 명상 Mindfulness

죽음을 미리 생각하는 것은 자유를 미리 생각하는 것과 같다

미쉘 드 몽테뉴의 말이다.

회현역 근처의 카페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는 <명상, Mindfulness> 전시를 보며 이 말이 생각이 났다.


최근 다녀온 곳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시회

서울역 / 회현역 근처에 위치한 카페 피크닉은 공간 자체로도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전시회는 내용도 좋아서 널리 널리 추천하고 싶다.


가장 먼저 이 전시회에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전시장 내 사진 / 영상 촬영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사진 찍을 욕심이 생기는 순간 작품에 대한 집중이 흐려진다.
전시회의 theme이 명상 Mindfulness인 만큼 이렇게 차라리 모든 것을 놓고 온전히 자기 자신에 집중하고, 타인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우선 전시회는 사전예약제로만 운영된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시간대별로 예약이 가능하다.

입장 전 QR 코드를 통해 관련 장소 및 밀접접촉자 여부에 대한 설문지를 제출한다. 이후 체온 측정 + 손소독제를 바르고 순서대로 입장한다. 전시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4층, 루프탑만 사진 /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전시의 끝에는 각자 심리상태에 맞는 차를 내어주시는데 푸릇푸릇 한 숲 뷰에서 차를 마시며, 전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전시 관련

발전과 성취가 중요한 현대인의 삶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시간은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러나 잠시 멈춰서 모든 것을 손에서 놓아보는 시간 - 명상의 체험은 이후의 삶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온다. 하루의 아주 작은 부분, 단 몇 분이라도 모든 행위에 대한 가속을 잠시 멈추어 본다. 찻잔의 온기를 가만히 느끼거나 하늘과 바람과 자연의 변화를 관찰해 본다.

-공간 디자인, 서승모


굉장히 공감이 갔던 대목이다. 어느 땐가부터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불안했다. 어떤 정보라도 흡수해야 할 것 같았고, 소화해서 의미 있는 것들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렇게 명상을 통해 모든 잡념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큰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전시는 B1 ~ 3층까지 크게 4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죽음과 함께하는 삶 / 수행 / 알아차린다는 것 / 의식의 바다로 끝이 난다. 이후에 4층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B1. 죽음과 함께하는 삶

Being with Dying

가장 적극적인 삶의 방식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삶 속에 불러들임으로써 이루어진다. 전시 중에서는 불교의 세계관이 다소 강하게 반영된 theme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윤회와 공 (emptiness)에 관한 통찰을 담고 있다.

-> 죽음은 우리에게 늘 미지의 영역이고, 그래서 많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사실은 몽테뉴의 말처럼 삶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은 아이러니하게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물질에 대한 욕망이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들 때도 '내일 죽는다고 가정'해보면 뭐가 진정으로 중요한지 판단하기 쉬워진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의식을 확장해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라고 생각하면 큰 문제도 작게 느껴진다.


1F 수행

Practice

박서보 작가의 작품이 있는 방이다.

명상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존재하게 하는 갖가지 수행을 습관으로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반복해서 절을 하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마당을 쓰는 등의 행위는 잡념을 떨치고 무심의 상태를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2F. 알아차린다는 것

Awareness

자신을 하나의 대상으로 관찰하면서 그것과 하나가 되어가는 상태를 명상에서는 '알아차림'이라고 부른다. 알아차림에 이르는 가장 명확한 방법은 걷거나 먹거나 숨 쉬는, 몸의 감각에 집중해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공간의 '느리게 걷기' 체험이 가장 인상 깊고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무작정 걷는다. '느리게 걷기' 공간은 투박하고 거친 돌로부터 길이 시작된다. 이런 거친 것들을 통해 발의 감각을 먼저 깨운다. 톡 튀어나온 돌을 발의 오목한 부분으로 밟았다. 헤드셋을 끼고 돌밭을 맨발로 걷다 보니 감정의 파도가 차차 고요해진다. 길의 끝에는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듯이 보드라운 모래밭이 나왔다.


2F -> 3F 의식의 바다

Sea of Consiouness

인도 경전 우파니샤드에서는 속박되지 않은 '의식의 바다'로부터 만물이 생성하고 우주가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활짝 열어젖힘으로써 우리는 무한히 잠재된 창의력, 지성, 상상력, 결단력 등을 삶 속에서 더 잘 발현시킬 수 있다.


4F -> 루프탑

각자의 감정상태에 맞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남산이 가까이 보는 공간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서울이라고는 생각이 안 들었다.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절에 온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맑아지는 듯했다.

차는 1~6번까지 자신의 심리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6번 성격이 급하다'를 선택했다.

실제로 나는 성격이 급해서 천천히 가는 법을 늘 연습하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던 전시였고, 동행인과 함께 왔지만 혼자 왔어도 좋을 것 같다. (차를 마시기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으며, 사진 촬영 이후 바로 다시 착용했습니다)


미쉘 드 몽테뉴의 말처럼 우리는 모든 곳에서 죽음을 찾아야 한다. 아직 나에게 죽음은 미지의 세계고 두려운 일이다. 죽음을 미리 생각하는 것은 자유를 미리 생각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삶을 잃어버리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삶에서 나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죽는 법을 아는 것이 우리를 모든 굴종과 속박으로부터 구원한다.


그리고 Mindfulness 명상을 통해 잠깐이라도 번잡하고 불안한 생각을 멈출 수 있다.

이 짧은 멈춤은 지체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바와 나아가야 할 길을 더욱 명확하게 해 주고, 나 자신과 자연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카페 피크닉
예약하는 법: 아래 링크 클릭 후 희망 일 / 시간대 선택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32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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