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보고 소설 쓰기
Madame X - John Singer Sargent
1883-4
명화 보고 소설짓기.
마담X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그를 경멸한다.
그이가 내게 최고의 선물을 주겠다고 말한다.
반짝이는 그의 눈을 보니 나도 모르게 설렌다.
어떤 선물일까? 하고 기대했건만,
나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선물한단다.
젠장. 낯선 붓쟁이 앞에 나를 이렇게 몇 시간째 세워두는 것이 무슨 선물이란 말인지.
귀족들 사이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화가를 어찌나 어렵게 '모셔' 왔는지
그림을 그리는 내내 이야기 하는 그의 입을 무참히 때리고 싶다.
그만 좀 닥쳐. 이야기 하며.
나는 옆을 보고 있느라 그들을 볼 수 없지만,
시선이 지워진 곳에서 소리는 더 선명히 귀에 꽂힌다.
그와 붓쟁이의 대화가 적나라하게, 명확하게 들렸으니
마치 그들을 정면으로 보고 있는 것만 같다.
화가와 그는 서로를 칭찬한다.
그의 취향을, 그의 성취를
화가의 기술을, 화가의 열정을
화려한 말들로 치장하며 경솔하게 주고 받는다.
그가 달콤한 말들을 적절히 섞어,
예술가의 타고난 재능과 열정 그리고 부단한 노력을 높이 산다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붓쟁이를 멸시하는,
그래서 그가 가진 재능을 얼마든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기만이 짙게 깔려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구역감이 밀려온다.
나를 그를 사랑한다.
그리고
그를 경멸한다.
나는 그가 가진, 어쩌면 유일한 자랑거리인 '돈'으로 나를 마음껏 치장한다.
거울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 보며 만족한다.
나는 그가 없이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구두를, 치장거리를 가질 수 없다.
거울 속의 나는 그를 사랑한다. 아니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부'가 그의 유일한 자랑거리인 것에 끔찍한 연민을 느낀다.
연민은 사랑이기도 하지만, 경멸이기도 하다.
나는 그를 경멸한다.
나는 내 몸을 싫어한다.
지나치게 긴 목, 얇은 허리, 가냘픈 발목이 특히 싫다.
그것들은 나를 유약하고 연약하게 보이게 한다.
얇은 것들로 겨우 내 몸을 지탱하는 그 느낌이 싫다.
그러나 그는 나의 이런 부분을 좋아한다.
연약하고 부드러운 것들.
그가 나를 만지는 손길에는 만족이 느껴진다.
내가 충분히 약하므로, 나를 얼마든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교만이
그의 손을 타고 내 몸위로 흐른다.
그는 내가 나의 몸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그가 가진 것을 자랑하기 위해 나를 이렇게 세워두는 것.
끔찍한 나의 몸을 그리게 하는 것.
나는 그를 경멸한다.
.....
아니, 나는 나를 경멸한다.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이 사랑이 아닌 경멸임을 뻔히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껍데기를 억지로 덮어씌우고 모른 체 하는 나를.
그가 가까이 다가섰을 때 느껴지는 숨결에 혐오감이 일어 현기증이 나지만,
그를 잃고 지금 누리는 것들을 모두 포기하는 것보다는
현기증을 이겨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나를.
내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가슴 속 깊이부터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것을 애써 외면하며 여전히 그에게 붙어 기생하는 나를.
그를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 한톨의 숨도 충분히 내쉬지 못하는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