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태풍같지만 라떼향기로 기억되는, 써니)
Intro.
가끔은, 커피 향으로, 노래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나요?
저에게는, 커피 향으로, 노래로 기억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를 만나게 되면 항상 행복하게 웃다가 오게 되는 것 같아요.
삶의 위로가 되는 친구는, 정말 소중한것 같습니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 혼란스럽고 속상한 와중에, 친구들을 만나러
대구카페쇼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좋은 하루였어요.
그 기분을 담아, 여러분께도 노래 두 곡과 함께 사연을 소개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감성 DJ D입니다.
오늘의 선곡표는, 여름 바람처럼 불어왔다가
따뜻한 커피 향기로 기억되는 한 친구, 써니의 이야기예요.
어제 대구에 있는 카페쇼에 다녀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둘이서 KTX를 기다리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제가 말했거든요.
"나는 너를, Storm과 커피로 기억하는 것 같다"고요.
근데 정말 되짚어보니 그랬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 내리는 차창 밖을 보면서,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Storm이라는 노래를 부산역에 오는 동안 듣고 있으니,
20대의 그 시절이 생각났어요.
써니는 루머스의 Storm을 참 좋아해서,
우리끼리 노래방에 가면 꼭 한번은 마이크를 잡고 후렴구를 준비하곤 했어요.
성량이 크지는 않았지만 중독적인 템포인 노래라 노래가 끝나고 나서도
아쉬운 마음에 흥얼거리면서 나온 기억이 나거든요.
어떻게 이 노래를 알았냐고 했더니, 써니가 웃으면서 하던 말도 기억나요.
"난 이런 노래가 좋아. 속이 확 풀리잖아."
노래가 끝나면 꼭 그렇게 말하곤 했어요.
속이 확 풀리는 노래. 그래선지 나도 같이 속이 풀려서 같이 쿡쿡 웃곤 했어요.
그 웃음 한 조각이, 나에겐 오래도록 커피 향처럼 남아 있어요.
마치 진한 라떼 한 잔처럼요.
어느 여름날,
나는 써니에게 '가비앤제이 – 라떼 한잔'을 불러주었어요.
그 애는 진지하게 듣고선, 좋은 노래라고 얘기해 주었어요.
라떼 한 잔보다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써니였지만,
이 라떼 한잔은 좋은 것 같다고 웃어주는 써니를 보면서,
나도 좋은 노래 한곡 소개해줬다는 마음에 뿌듯했어요.
그날은, 라떼 한잔 사줄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써니니까, 그날 그 노래와 함께 라떼 한잔을 건넸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오늘의 선곡은 두 곡입니다.
써니가 불러주던 노래와, 내가 불러주었던 노래.
루머스 - Storm
가비앤제이 - 라떼 한잔
여름이 시작되는 이 계절,
그 애가 불어오던 노래 한 자락이 당신에게도 바람 되어 닿아, 속을 확 풀어주는 가락 하나가 되기를.
감성 DJ D, 오늘은 써니를 기억하며.
Outro.
써니야.
나는 커피 향을 맡으면, 네가 떠올라.
커피를 좋아한다며 말하던 대학 시절의 네가 생각나거든.
희야가 카페 알바를 하던 시절에
너도 같이 다니면서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너의 눈빛이 떠올라.
그 때의 너는 반짝반짝 빛나는 말로는 부족하다 싶을 만큼, 꽤 멋있었거든.
내가 좋아하는 걸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고 부럽더라고.
와, 자기 취향 말하는 게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있구나.
그래서, 나는 커피향을 맡으면 그 때의 네가 생각나.
그리고 그 때의 너를 떠올리면서 내가 치유되는 것 같아.
멋있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나도 그런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면
나도 그렇게 될 거 같거든.
힘든 날들을 지나올 때, 위로가 되어 준 나의 써니야.
나의 커피 향, 라떼 한잔이 되어줘서 고마워.
오늘의 선곡은, 어떠셨을까요?
당신의 빛나는 조각들을, 제게 들려주세요.
다음은, 당신의 선곡표일지도 모르니까요.